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JTBC를 가리켜 '이적단체'라고 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정유라 씨에 대한 부당 지원 책임을 줄곧 부인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었다.
이 부회장은 2일 저녁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지난해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의 3번째 독대 당시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그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등 청탁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그 과정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JTBC에 대해 한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박근혜, 얼굴 빨개져…'JTBC는 이적단체'"
이 부회장은 "(독대 당시) 어쩌다가 JTBC 얘기가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박 전 대통령이 '홍 회장(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이 부회장의) 외삼촌 아니냐, 중앙일보 자회사 JTBC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홍 전 회장을 두고)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그럴 수가 있나'라며 (JTBC에 대해) '이적단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만나서 JTBC를 강하게 성토했다는 진술은, 앞서 삼성 임원들로부터도 나왔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그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JTBC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얘기하셨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흥분하셨고, 얼굴이 빨개지셨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중앙일보가 삼성의 계열사였는데 얘기를 좀 해 달라"라며 "(이 부회장의) 어머님이 (홍 전 회장의) 누님이시니까 어머님께 말씀드려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홍 전 회장이) 정치에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을 대는 것이냐"라고 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도 소개했다.
"상석에 앉지 않았다"…최지성에게 책임 떠넘기기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그룹 경영에 대해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진술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내놓은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발표 역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의 코치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전, 최 전 실장 역시 '미래전략실 해체' 결정을 자신이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식사나 회의 자리에서 최 전 실장보다 상석에 앉은 적이 없다고 했다. 최 전 실장 역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삼성이 정유라 씨를 부당 지원한 책임을, 최 전 실장이 이 부회장 대신 짊어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서도 자신이 주도하지 않았으며, 두 회사가 알아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삼성전자 소속이며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다"라고도 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 측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홍완선 전 본부장 증언과 충돌
이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증언과 배치된다. 앞서 홍 전 본부장은 증인으로 출석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으로 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가 개최되기 사흘 전 이 부회장 등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합병이 성사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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