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오는 11일 이임식을 갖고 총리실을 떠난다.
정 총리는 이날 낮 삼청동 공관에서 총리실 출입기자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당분간은 심각하고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빈둥거리는 자유를 누려볼까 한다"며 "그간 못만난 지인들과 만나고 (좋아하는) 야구장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저를 성장시켰듯이 총리라는 과분한 기회를 통해 더 성장하게 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공식 사의 발표 직후 미국의 한 대학으로부터 석좌교수 초청 이메일을 받았으나 즉답을 하지 않고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내달이나 내년 2월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또 10개월여간의 총리직 수행과 관련, "후회는 없다. 국정운영 원칙을 확립하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보살피려 노력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고교 교육 다양화 등 3화(化)정책, 대.중소기업의 상생 환경을 확립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일 아쉬운 점은 민간인 사찰 문제"라며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나의 재임 기간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뒤늦게나마 총리로서 너무 창피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파, 계파의 이해관계, 대권이나 당권,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정치 혐오를 느꼈다"며 "그러나 세종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총리는 오전 총리실에서 간부들과 가진 티타임 자리에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총리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내가) 자리를 비워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김창영 공보실장이 전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청문회 준비가 미흡하지 않도록 충분히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도 "나이가 적어서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총리가 누가 되든 도와달라"고 김 후보자를 거들었다.
한편, 정 총리 이임 이후 김 후보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직무대행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앞서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 총리가 결정되면 곧바로 짐을 싸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청와대와 총리실 간부들이 "좀 더 국정을 챙겨달라"고 당부, 국무회의 및 청와대 주례보고가 있는 10일까지는 총리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하는 데 이어 10일에는 사교육비경감 민관협의회원들과의 만찬을 마지막으로 총리로서의 업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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