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8.8 개각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된 유정복 내정자를 두고 친박(親朴)계 내부에서 '뒷말'이 적지않아 주목된다.
유 내정자의 입각을 철저하게 '개인적인 결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조만간 이뤄질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과 맞물려 '계파 화합'의 모양새를 연출하려던 청와대의 구상에도 제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가 천거했거나,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 못 들었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9일 오전 CBS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각에서는 유정복 의원의 발탁을 두고 '소통의 키워드'라고 야기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빼면서 집어넣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겠느냐, 이런 정도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유정복 내정자 사이에) 사전 상의가 있었다, 없었다는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그 분을 천거했다거나, 또는 (입각을)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그렇게 알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현 의원은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발탁 등 이번 개각의 전반을 두고 "박근혜 대항마 키우기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에 대해 그는 "내각과 한나라당의 군기반장으로 갑자기 등극한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유일한 친박계 인사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같은 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각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서 최고위원은 "당정이 제대로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하면서 후보자 추전을 했는지, 당내 화합이라고 하는 화두를 충족시키면서 후보자가 추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한 번 뒤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의원도 유 내정자의 입각에 대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만을 보였다.
유정복 "전적으로 내가 판단한 문제…보고는 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유 내정자의 입각에 대해 "본인의 생각과 결정이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내정자는 입각 통보를 받은 지난 7일 이같은 내용을 박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유 내정자는 "박 전 대표는 그런 문제에 대해 '하라, 마라'는 식의 얘기는 안 한다"며 "전적으로 내가 판단한 문제"라고 했다.
1957년 인천생(生)인 유정복 내정자는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내무부 등을 거쳐 37세의 나이에 관선 김포군수를 지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1기 김포군수에 당선된 뒤 2004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정계에 입성한 직후 이재오 의원이 이끌던 국가발전전략연구회에 동참하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표 재임시절인 지난 2005년 대표 비서실장에 발탁되면서부터 친박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유 내정자는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는 같은 해 8월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종 경선결과를 박 전 대표에게 최초로 보고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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