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정동영 의원은 8일 이른바 '반성문'을 내고 당권 도전을 위한 사실상 첫 발을 내딛었다. 정 의원은 "나는 10년 동안 국민이 키워주신 개혁과 진보의 힘을 빼앗긴 장본인"이라며 "이제 나는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고 실천함으로써 국민 앞에 반성할 것이며 더 이상 2007년 겨울, 저의 패배를 국민의 패배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김효석 의원도 이날 예비 당 대표 후보들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공허한 진보논쟁이 아니라 '기회, 정의, 따뜻한 공동체'라는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생활정치 현장에 뛰어드는 생활정치 혁명"이라 말했다.
정동영, '민주정부 10년'의 행보 반성문 "과분한 사랑 받았지만 많이 부족했다"
▲용산 참사 현장을 찾은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
정 의원은 이 글에서 "돌이켜보건대 나는 국민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커 왔지만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하지는 못했고 진심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며 "지금 나의 정치는 (2009년 6월 남일당 용산참사 현장에 갔던) 그날 이후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의 행보에 대해 총체적인 '자아비판'을 했다.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 앞에서 방향 전환을 주장하지도 못했고", "분양 원가 공개 공약이 좌초당할 때 반기를 들지 못했"으며, "한미FTA를 초고속으로 밀어붙일 때도 비켜서 있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정권의 성패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했다"며 "결국 신념과 철학의 부족이었고 충분한 지식과 경험, 정치적 용기의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것은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이 두렵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며 차기 대선에 대한 욕망 때문에 몸을 사린 것"이라 토로했다.
"이제는 경제 아닌 복지가 화두…당원과 함께 '진보적 민주당' 만들고 싶다"
이 같은 반성과 고백은 최근 정 의원이 본인의 사상과 철학으로 내세운 '담대한 진보'와 맞닿아 있다. 즉, 양극화를 더 극대화시킨 10년의 두 정부의 정책 노선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나는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했다"며 "2007년 대선이 끝나고 불과 9개월 만에 터져 나온 미국의 금융위기를 바라보면서 뒤늦게 신자유주의가 서서히 침몰하는 거대한 타이타닉호 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역동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담대한 진보가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부의 재분배를 넘어 적극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고용,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등 삶의 전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적 경제인권을 보장하고 이를 근거로 경제의 역동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 주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의 화두는 경제였지만 아무리 경제지표가 좋아져도 나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은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다"며 "복지라는 시대적 화두가 이를 극복할 것이며 시혜적이고 잔여적인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진짜 복지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 말했다.
그는 "당원과 함께 민주당을 '진보적 민주당'으로 변화시켜 이 꿈을 실현하고 싶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가름했다. 그는 "다시 태어나고 다시 헌신하는 이 길만이 그동안 보내주신 국민의 뜨거운 사랑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석 "열린우리당 시절 이념논쟁 몰두해 민심에서 멀어졌었다"
▲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한 김효석 의원.ⓒ연합뉴스 |
김 의원은 특히 정 의원의 '담대한 진보'를 직접 거론하며 "최근 당내에는 진보논쟁이 봇물을 이루지만 진보니 중도니 하는 논쟁 자체는 낡은 것"이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민생은 외면한 채 이념논쟁에 몰두해 민심에서 멀어졌던 일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주류든 비주류든 어느 쪽이 대표를 맡아도 당은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계파성이 가장 엷은 중립적인 사람이 당을 맡아야 하며 당권과 대권도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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