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통상교섭본부장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FTA 체결을 주도했으며 친미, 친대기업 성향으로 알려진 김 본부장을 임명한 데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신설된 통상교섭본부장에 김 본부장을 임명 사실을 전하며 "김 본부장은 경제통상분야 전문가로서 주요 교역국가의 FTA체결 업무 수행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면 통상 현안들을 차질없이 해결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하마평이 돌 때부터 김 본부장의 기용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27일 "한미 FTA 재협상 국면에서 국익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있다"며 김 본부장 내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만약 김현종을 임명한다면 촛불혁명을 배신한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농은 "김현종 씨는 농민들의 고통과 호소를 외면하고 한미 FTA를 추진했던 장본인으로 일고의 반성도 없이 삼성에 입사해 관피아(정경유착)의 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람"이라며 "김현종을 임명할 경우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 본부장은 공직에서 물러닌 직후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영입돼 애플과의 특허소송 등을 총괄하며 2011년 말까지 재직했다. 그의 삼성행에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김현종은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 이익을 지키는 게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니까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의 친미적인 태도도 한미FTA 개정 협상을 담당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11년 9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7월 25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미국 대사가 작성한 외교 전문에 등장한다.
당시 통상교섭보부장이던 김 본부장은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버시바우 대사에게 이렇게 귀뜸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7월 24일 오후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발표에 대해선, 미국 정부에 미리 알리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미국이 의미있는 코멘트를 할 시간을 주며 FTA 의약품 작업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이 관철되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통상장관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정부 내에서 '죽도록 싸웠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 같은 문제를 비롯해 김 본부장이 현재 WTO(세계무역기구) 상소기구 위원이라는 점도 적지 않은 문제 소지가 있다.
WTO 상소기구는 WTO 분쟁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심판기구로, 상소기구 위원은 사퇴 후 90일 간 정부직을 맡지 못하게 되어 있다.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WTO 상소기구 위원이 특정 국가의 정부직으로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다.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 '통상장관'으로 통하는 고위 정부직인 통상교섭본부장에 김 본부장이 임명됨으로써 규정 위반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관세청장에 김영문 변호사를 지명했다. 김 관세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최근까지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윤영찬 수석은 "김영문 청장은 검사시절 첨단 범죄수사통으로 능력 인정받던 법조인으로 청렴하고 강직한 리더십을 토대로 비리 근절과 업무혁신을 통해 국민과 기업에 신뢰받는 관세청으로 거듭나게 만들 적임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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