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친박(親朴)계의 좌장이었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두고 친박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을 지냈던 김재원 전 의원은 5일 "한나라당에 가까운 사람을 더 미워하는, 근친 증오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민주주의 신념 정말 강하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이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 출마나 친박연대 입당 등의 제안을 모두 뿌리치고 정치권을 떠난 인사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18대 총선에서의 공천학살 이후에 당 내의, 또는 정치세력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고 확대 재생산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에서 실패한 상황에서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감동의 승복 연설을 해서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며 "아름다운 승복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고 김무성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 시절에도 당의 재정을 투명화하고 당 내 의사결정을 대부분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했다"며 "특히 공천과정에서 단 하나의 공천제도도 어기지 않고 사심없이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르려는 신념이 정말 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김무성 원내대표의 지적에 대해서도 김 전 의원은 "결정 과정에서 유연성은 당연히 필요한 것인데, 결정된 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신의를 갖고 소신을 지키는 원칙주의자에게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좀 다른 평가가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을 겨냥한 대목을 두고도 김 전 의원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좌장이었다는 것은 결국 2인자였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른바 못난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시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느냐"고 받아쳤다.
이어 김 전 의원은 "김무성 대표께서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거의 소진되어 버렸다'고 하셨지만, 다행히 완전히 소진되었다고 하지는 않았다"며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 감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정치권에 박근혜만…, 도대체 인간 김무성은 어디 있나"
한편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날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파문이 커지는 것에 대해 "2년 전부터 해 오던 이야기인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결별 선언으로 봐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결별한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내가 쫓겨난 지가 언제냐"고 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는 오로지 정권 재창출밖에는 관심이 없고, 그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며 "친이-친박을 없애야 한다고 얘기한 것인데, 전부 박근혜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그는 "정치권에 박근혜만 있느냐, 도대체 인간 김무성은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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