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은 잊어달라고 한다. 민주당에 복당할 때 백의종군을 하겠노라고 다짐했으면서도 9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노린단다. 그가 입은 백의는 '폼생폼사' 젊은 처자의 한 철 옷 마냥 가볍다.
486은 재기하겠다고 한다. 2008년 총선 때 쓰디쓴 심판을 받았으면서도 9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직에 도전하겠단다. 그들이 보이는 행보는 여름철 메뚜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저들이 '안면몰수'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지금이 기회고, 지금 잡은 줄이 동아줄이기 때문이다.
정세균은 누가 뭐래도 주류의 핵심이다. 무주공산 민주당의 대표 자리를 꿰차 나름대로 당내 영역을 넓혀왔다. 이런 마당에 당 대표직을 영영 내놓으면 2년 노력이 공염불이 된다.
정동영은 누가 뭐래도 대주주다. 비록 비주류라지만 당내 조직력만 놓고 보면 주류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런 기반을 마다하고 당 대표직을 멀리하면 2년 후의 꿈이 일장춘몽이 된다.
486은 누가 뭐래도 새 피다. 민주당의 토대가 될 대안 세력이 나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고 지방선거 후 40대기수론이 부상한 점을 고려하면 소장·개혁 이미지를 독점할 수 있다. 이런 입지를 멀리하고 하방하면 2년 뒤의 금배지에 다가갈 수 없다.
가혹할지 모르겠다. 이런 비판이 저들의 지난 2년을 평가절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 민주당 최고의원회의 장면 ⓒ민주당 |
정세균은 쓴 맛 단 맛을 다 봤다고 자찬할지 모른다. 추레해질 대로 추레해진 당을 넘겨받아 잘했든 못했든 추슬러 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노력을 폄훼하는 건 너무 박정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정동영은 낮은 데로 임해왔다고 자찬할지 모른다. 백의로도 모자라 탈색제까지 첨가하려고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았다고 내세울지 모른다. 이런 열성을 폄훼하는 건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486은 자숙해 왔다고 자찬할지 모른다. 여의도에 남은 486은 소리를 죽여왔고 한강다리를 넘은 486은 변방에서 겉돌았다고 하소연할지 모른다. 이런 인고를 폄훼하는 건 너무 야속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무래도 좋다. 저들의 믿는 구석이 뭐든, 저들의 자찬이 어떻든 상관없다. 국민이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저들은 앞만 보고 달릴테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대신 이것 하나만 묻자.
정세균은 유통기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책임' 하나 갖고 판촉 이벤트를 하고, 정동영은 백의만 입었지 종군은 안 했고, 486은 기수만 자처할 뿐 깃발 그림을 제시하지 않기에 묻는 것이다. 믿고, 동의하고, 인정하고 싶어도 도무지 안 되기에 묻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불신의 백태를 제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당신들이 고백하는 '과거'와 당신들이 다짐하는 '미래'를 믿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당신들의 주장에 국민의 믿음을 이입할 수 있을까?
제발 말 좀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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