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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비밀 개정 협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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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비밀 개정 협상' 했다

[기고] 산업부, 밀행주의에서 벗어나야

국회 내 대표적 통상전문가인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지난 25일 "2015년부터 한·EU FTA 개정을 위한 협상이 비밀리에 3차례 진행돼 통상절차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박 부의장에 의하면, 양측은 2013년 6월 EU측의 개정 제안을 시작으로, 2015년 한-EU 정상회담에서 FTA 개정논의를 진행키로 합의했다. 이후 2015년 12월 브뤼셀, 2016년 5월 서울, 2016년 9월 브뤼셀 등 3차례나 협상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이전에 국회에 통상조약체결계획 등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박주선 부의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투자규범 포함 △직접운송조건의 완화 문제와 △수리 후 재반입제품에 대한 특혜관세 적용 문제 등 EU 측 업계 관심 사항 등이 논의됐으며, 수석대표로 우리나라의 FTA 교섭관과 EU의 아시아·남미국장이 맡았다.

이같은 지적 이후 산업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EU FTA 개정협상을 진행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2015년 한-EU 정상회담 당시 투자규범 포함 등 한-EU FTA 개선에 관한 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개정협상의 추진 여부 등에 대해서 합의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산업부는 "향후 한-EU FTA 개정협상 추진에 합의하는 경우에는 통상절차법에 따른 국회 보고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명 보도자료는 '합의', 국회 보고자료는 '협의'

누구 말이 맞을까? 답은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된 <한미FTA 관련 동향 및 대응방향> 현안보고서에 있다.

동 문건에서는 ‘한미FTA 개정 착수 합의시 후속절차’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자료에 의하면,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 등 국내절차는 개정 착수 ‘협의’ 이후 진행된다. ‘개정협상 추진 합의’라던 산업부의 26일 보도해명자료와는 다르다.

포럼 개최는 알리면서, FTA 개정협의는 안 알린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FTA 종합포털(fta.go.kr)을 보면, ‘비밀협상’이라는 박주선 부의장의 주장은 더욱 신빙성이 있다.

현재 진행되는 한미FTA 개정 제안의 경우 관련 내용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 반면, 한EU FTA 개정 제안이나 실무협의 등은 2013년 EU 측의 개정 제안 이후 지금까지 전혀 언급된 바 없다.

또한, 한-EU FTA 이행위원회나 무역투자진흥회의 개최, 무역작업반 회의 등은 물론이요, '2016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 개최와 같은 사소한 사안까지도 보도자료를 내어 설명했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무역불균형·브렉시트 등 개정이유 많은 한-EU FTA

EU 측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한-EU FTA는 개정해야 할 이유가 훨씬 많다.

우선 무역수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FTA 체결 이전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2007년 무역수지 흑자는 232억불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EU FTA 발효 이후인 2012년 30억불 무역적자로 전환된 이후, 2013년 62억불, 2014년 137억불로 무역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된 바 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한EU FTA 발효 이전 5년간 무역수지는 820억불 흑자였으나, 발효 이후 5년간 무역수지는 359억불 적자다. 무려 1179억불의 손해를 본 것이다.

다음으로 브렉시트 때문이다. 한-EU FTA 15.15조(영토적 적용범위)에 따라 한-EU FTA는 유럽연합조약(TEU) 및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이 적용되는 지역에 적용되므로,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영국에 대해서는 한-EU FTA는 적용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를 협정문에 반영하기 위해 한-EU FTA의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영국이 제외된 한-EU FTA의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개정 필요성은 산업부 역시 이미 인정한 바 있다(2016년 6월 26일 보도자료).

문재인 정부 출범, 통상협상의 밀행주의 벗어나야!

진실은 멀리 있지 않다. 설사 산업부의 해명대로 ‘개정 착수 협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산업부의 행태는 ‘밀실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위한 4대 국정전략으로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내세웠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산업부가 그간의 ‘밀행주의’ 행태를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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