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28일 이틀에 걸쳐 15개 대기업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취임 후 첫 번째 공식 간담회를 갖는다.
첫날인 27일 참석 기업은 현대자동차, 엘지, 포스코, 한화, 신세계, 두산, CJ, 오뚜기 등 8개 그룹이다. 28일에는 삼성,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KT, 한진그룹 등 7개 업체가 참석한다. 재계 순위를 홀짝으로 나누어 배정한 것으로,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첫날 일정에 배정된 점이 눈에 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7일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참석한다.
28일에는 박용만 회장과 함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한다.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을 뺀 대부분 그룹들의 총수들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정의선 부회장은 고령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참석키로 했다.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동빈 회장은 28일 법원 출석일과 겹쳐 실제 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 측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새 정부의 기본적인 국정철학과 경제철학에 대해 설명을 하고 기업인들이 생각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경제팀을 포함한 내각 구성이 마무리됐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으므로 이제 기업인들과 함께 새 정부의 경제철학과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서로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등에 대해 진솔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과거에 형식적인 회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서 이른바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나리오, 발표 자료, 발표 순서나 시간 제한이 사실상 없는, 격식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에서 20분 간 호프 미팅도 갖는다. 당초 차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의 스킨십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사전 호프 미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실내로 이동해 가질 간담회는 50~60분 가량 예정하고 있으나, 이보다 길어질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의 대통령과의 첫 공식 만남인 만큼 기업들은 투자를 비롯해 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 과제로 꼽는 일자리 분야에 내놓을 계획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회동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력과 재벌들의 만남 자체에 대한 우려다.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간담회에 참여하는 오뚜기의 선발 기준을 놓고도 뒷말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시나리오, 발표자료, 시간 제한 없는 격식 파괴 방식을 내세우며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의견 수렴 차원이란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 수석은 "향후 노동계, 중소중견 기업, 소상공인 관련 분들과의 간담회도 별도로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모든 경제 주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최근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대기업 증세 문제가 거론될지도 주목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내일과 모레 이틀간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간담회를 가진다"며 "법인세 정상화 등 증세 논의의 시발점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이 논의에 주도적으로 들어온다면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될 것"이라며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상생과제 논의에 대기업이 앞장선다면, 지난 정부에서 특혜 거래로 얼룩진 재벌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공정한 대기업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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