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당찮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받아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정부는 노건평 특사 사유로 '전 정권과의 화해'를 운위하고 있지만 어림없다. 다른 건 몰라도 노건평 씨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화해'가 아니라 '단절'을 선택해야 한다.
노건평 씨가 저지른 범죄는 '권력형 비리'다. 국민이 가장 혐오하고 죄질이 가장 안 좋은 범죄다. 권력이 바뀌어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질병이자 앞으로도 재연 소지가 다분한 악성 범죄다. 재판부도 "로열패밀리가 됐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던" 점을 강하게 질타한 범죄다. 그래서 안 된다. 노건평 씨의 '권력형 비리'를 특별사면하면 권력형 비리의 근절 기반이 약화된다.
▲ 이번 8.15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노건평(가운데) 씨. ⓒ뉴시스 |
방법도 틀렸다. 정부가 추구하는 '전 정권과의 화해'는 봐주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전 정권의 중핵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수뢰자'의 멍에를 씌우려 했던 현 정부, 이런 현 정부에 대해 전 정권 인사들이 여전히 불만과 반발을 쏟아내고 있기에 일방적 '화해'는 성립될 수도, 먹혀들 수도 없다. '화해'해야 하는 본질적 사유를 놔두고 '단절'해야 하는 사건을 꺼내드는 처사가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정녕 '화해'를 원한다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일방적인 특사로 생색내려 할 게 아니라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무엇이 정당한 '청산'이었고 무엇이 부당한 '털기'였는지를 먼저, 스스로 가려내야 한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친노 인사들 주변을 이 잡듯 뒤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민간인 사찰까지 감행했던 과정에서 어떻게 일탈했고 어떻게 무리했는지를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즉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친노 인사 '털기'에 열중하다가 느닷없이 '화해'를 모색하는 이유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화해 당사자인 '전 정권' 인사들이 정치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 이것은 필요조건이다.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화해'를 쌍방적이고 정상적인 '화해'로 승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