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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출장이 그렇게 막중한 국가대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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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출장이 그렇게 막중한 국가대사였을까

국회개혁을 위해 ⑨ 국회, 봉사하라 그리고 헌신하라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은 지금만이 아니라 언제나, 항상 국민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요구해 온 개혁 과제였다. 그런데도 왜 여태껏 전혀 실천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혹시 국회개혁을 둘러싼 그간의 논의와 문제제기가 지나치게 추상으로 흘러 구체와 핵심을 올바르게 잡아내지 못하고 본질과 지엽을 혼동하지나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국회개혁이라는 문제의 논의를 위해 이 시리즈는 몇 차례에 걸쳐 시론적 제안을 싣고자 한다.

이번 추경 예산안의 국회 처리과정에서 적지 않은 여당 의원들이 해외출장으로 나가 있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본회의가 지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과연 외국출장이 그렇게 막중한 국가대사였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왜 우리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고위 공직자들은 틈만 나면 외국에 나가려 할까? 왜 그리 외국을 좋아할까?

유권해석? 국회 스스로 수행해야 할 일

예를 들어, 법제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도입에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협정 체결에 국회동의가 필요 없다는 유권해석을 거듭 내렸다.

그러나 법제처라는 기관의 유권해석이란 정부 견해의 통일성과 행정 운영의 일관성을 위한 기준 제시라는 차원으로서 행정 기관들에 대해서도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물며 국회에 대하여 유권해석을 제시할 위상은 전혀 아니다.

국회란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입법기관으로서 모름지기 유권해석이란 국회 내에 의원으로 구성된 가칭 '유권해석위원회'에서 입법취지 등에 토대해 스스로 자강하여 명실상부하게 수행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대표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우리 국회의원들에게는 여러 가지의 권한 부여와 함께 자가용과 기사도 사실상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예우를 통한 신분 변화는 필연적으로 사고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전에 어느 국회의원이 버스요금과 지하철요금을 몰라 비판을 크게 받은 적이 있었지만, 국회의원들도 직접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봐야 비로소 국민들의 생활을 직접 겪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제나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 국회의원 특권 폐지가 크게 회자되었지만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날 뿐이었고, 국민의 참정권은 요지부동 봉쇄된 채 그나마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 주장되는 '분권형 개헌'은 사실 제왕적 국회로의 지향인 셈이고, 18세 선거권 부여는 당리당략으로 인해 또다시 물거품이 되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정당명부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개혁의 핵심 요건이다. 이 절실한 과제의 실현을 위해 오늘도 분투노력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지만, 과연 이번에는 실현될 수 있을지 여전히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복지부동 국회의 모습이 우리의 뇌리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면 차라리 빨리 빨리 바꿀 수나 있도록 임기 2년의 미국하원처럼 우리도 국회의원 임기 2년제를 심각히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

특수활동비, 국회는 면죄부?

시대에 전혀 부합되지 않게 이름도 해괴한 특수활동비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다행히도 청와대가 솔선수범하여 작금 그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겠다는 얘기는 정의당이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발언 외에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웬일인지 지난 회기에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법안이 발의되었지만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채 시간만 보내다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국민주권 시대에는 '특수 활동'이 전혀 필요 없고, 특수활동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일이다.

국민에 봉사하라 그리고 헌신하라

물론 의원들이 바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바쁜 것이 과연 국민이 부여한 입법활동을 위한 활동의 일환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당장 우리 국회에게 수십 차례의 독회(讀會)까지 수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과욕일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국회에서는 유신과 전두환 '국보위'에 의해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이 국회의원 자신들이 아닌, 국회 입법관료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국회의원들이 법률발의를 많이 한다고 해본들 기본적으로 법안 검토 과정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이는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임무, 즉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올바르게 수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빼앗긴' 입법권의 '복원'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민은 진정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 때문에 바쁜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촛불에 의해 수립된 국민주권 시대에 국회도 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은가? 국민에 봉사하라. 그리고 헌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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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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