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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만으론 불평등 개선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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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만으론 불평등 개선 못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중간 계층까지 증세해야 불평등 완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밝힌 증세 가이드라인이 논쟁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한해 증세를 하고,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세는 임기 안에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른바 '보편적 증세'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크게 세 가지 비판이 있다. 첫째, 극소수 초고소득자만을 상대로 증세를 하면, 공약 실천에 필요한 재정조차 확보할 수 없다. 둘째, 소득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OECD 평균에 비해 낮다는 점이 무시됐다. 셋째, 초고소득자 증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미미하다.

부자증세는 부자에게 이롭다

이와 관련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가 다시 주목 받는다. '소득수준별 세 부담 평가와 발전방향'이라는 제목이다. 모든 소득 구간에 대해 증세를 하는 이른바 ‘보편적 증세’가 부자 증세에 비해 세수 확보 및 조세 정의 차원에서 우수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소득자만을 상대로 한 증세가 적어도 조세 정의 차원에서는 더 낫지 않느냐는 여론에 대한 반박이다. 이는 세금 제도가 누진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세금을 조금 더 내면, 고소득층은 세금을 훨씬 더 내야 한다.

통념과 달리, 고소득층 입장에선 부자증세가 보편적 증세보다 낫다. 아울러 고소득층에 대한 강력한 증세를 통한 복지 강화를 원하는 저소득층이라면, 보편적 증세가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양보를 얻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소득수준별 세 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 1억 원 초과자의 실효세율은 모든 소득 구간에서 세율을 올릴 때 가장 높게 오른다. 1억 원 초과자의 실효세율 증가 폭이 가장 낮은 경우는, 고소득층에 대해서만 세율을 높였을 때였다.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과세를 원한다면, '보편적 증세'를 해야 한다는 점이 계량적으로 입증됐다.

세수 확보 역시 '보편적 증세'를 했을 때 가장 많았다. 고소득자 세율이 가장 높이 올라가고, 저소득자도 세금을 더 내므로, 이는 당연하다.

중간 이상 소득자 세율 높이는 방안이 불평등 완화엔 가장 효과적

다만 지니계수(불평등 지수)는 완전한 '보편적 증세'보다 '저소득층을 제외한 증세'를 했을 때가 더 낮았다. 지니계수가 낮을 수록 평등에 가깝다.

이 연구는 모든 소득 구간 세율을 높이는 완전한 '보편적 증세'(1안), 저소득층 세율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구간세율만 높이는 방안(2안), 상위 소득 구간만 세율을 높이는 '부자 증세'(3안)를 비교했다. 불평등 개선 측면에선 2안, 1안, 3안 순서로 효과적이었다.

초고소득자에 대해서만 증세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이 실제로는 불평등 개선 효과가 적다는 게다. 평등 측면에서 2안이 1안보다 우수한 이유는, 하위 소득 구간의 실제 소득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증세로 인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세금 납부로 인해 상쇄된다. 그러나 이른바 중산층이 '보편적 증세'에 대해 지닌 거부감은 근거가 약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세수 확보 없으면, 약자 쥐어짜는 복지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표 소득 5억 원 초과자를 대상으로 현행 40% 소득세율을 42%로 올리고, 과표 이윤 2000억 원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22%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증세 방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초고소득층은 과표 소득 5억 원 초과자를, 초대기업은 과표 이윤 2000억 원 초과 기업을 각각 가리킨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추가 세수 규모는 3조8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쓰기로 한 재정 규모보다도 적다. 정부는 4조 원 이상을 쓴다고 했었다.

충분한 재정 투입 없이 노동, 복지, 교육, 보건, 환경 관련 공약을 실천했을 때 생길 부작용은 다양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회서비스 전달 체계를 시장화하면서 생긴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했지만, 노인요양보호사는 민간 센터가 공급하게 했다. 그 결과,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이 남발되고, 경쟁이 격화됐다. 아울러 상당수 노인요양보호사가 저임금에 시달렸다. 약자인 노인을 돌보기 위해, 다른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생긴 셈.

노인복지는 하되, 노인요양보호사 공급을 정부 재정으로 책임지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다. 이런 문제를, 문재인 정부도 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이 나온 건 그래서였다. 노인 요양 및 보육 관련 노동자를 공단이 고용하겠다는 게다. 충분한 세수 확보 없이 복지 공약을 실천하면, 결국 사회적 약자를 쥐어짜서 비용을 아끼는 구조가 또 생겨난다. 복지 공약을 내건 취지가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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