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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한나라당, 웃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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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한나라당, 웃을 때가 아니다

[7.28 재보선] 향후 정치권 화두는 '오만'과 '겸손'

또 한 번 이변이 일어났다. '한나라당 5, 민주당 3' 이라는 스코어는 아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압승과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7.28 재보궐 선거는 향후 정국에 심상치 않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예상을 뛰어 넘은 승패도 승패지만 한나라당이 수도권과 충청권 4곳에서 전승한 승리의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 오만해지면 더 무거운 민심 역풍 맞을 것

6.2 선거 후 '패닉' 상태에 빠졌던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기는 길을 봤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충청권의 승리로 한나라당은 2012년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에도 한층 힘이 실리고 조기 레임덕 논란도 일단은 잠재워질 것이다. 청와대 직제개편과 인사, 그리고 친서민 중도 실용주의 노선의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친서민의 정책 기조를 계속 고수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 인식의 발로일 것이다.

이번의 승리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렵다. 6.2선거 승리에 취해 있다 두 달 만에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민주당처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승리의 단맛에 빠져 오만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순간 훨씬 무거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선거 후 한나라당 지도부의 제1성은 "더욱 몸을 낮추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였다. 백번 맞는 말이다. 이럴수록 더욱 몸을 낮춰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비밀이다. 그러므로 이재오 당선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모든 관심이 '이재오의 등장으로 여권 내 권력투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선거 때 보다 더 몸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재보선 승리가 확정된 후 큰 절을 하는 한나라당 지도부 ⓒ뉴시스

민주당, 기본으로 돌아가라

민주당은 사정이 자못 심각하다.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으니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6.2선거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으니 앞으로의 정국 대처에 힘이 빠질 것 또한 불문가지다. 당장 정세균 대표의 거취문제부터가 쉽지 않다. 6.2선거 직후 사퇴했던 정몽준 대표의 예를 따를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주장을 정대표는 과연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6.2선거 직후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었던 정세균 대표는 이제 '밀려서 떠나야 할' 상황이 돼 버렸다. 실로 급전직하요, 고립무원이다. 그 만큼 사태가 심각하고 엄중하다.

지금이야말로 '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을 실천 할 때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재정비하고 왜 집권하려 하는지, 집권해서는 어떻게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야권 연대를 위해서는 어떤 원칙과 진정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상황 논리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좌고우면 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패배의 끝자락에서 치르는 전당대회다.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민주당의 과거를 처절하게 성찰하고 미래의 도전을 위한 기초를 닦는 대회로 치러야 한다. 그래야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정국과 승리와 패배가 교차하는 선거를 보면서 오만과 겸손이 참으로 종이 한 장의 차이임을 절감한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민심이 갈라진다. 정치권 누구도 이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 내는 엄청난 정치 격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겸손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다. 당분간 '오만'과 '겸손'이 앞으로도 한참 동안 정치권의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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