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진보 성향 예술인들의 생계를 볼모로 한 차별 조처일까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문화 정책일까.
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7월 마지막 주에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311호 중법정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7명의 선고 공판을 연다.
청와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도 선고를 받는다.
핵심 쟁점은 이들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문화·예술인과 단체의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는지, 만약 사실이라면 이 같은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는지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 피고인 대부분은 일단 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 전 실장은 재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도 본 일도 없다"고 했고, 조 전 장관도 "내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주장은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실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며 '차별적 지원'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를 폈다.
김 전 실장 측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며 좌파 진보세력에 편향된 정부의 지원을 균형 있게 집행하려는 정책, 즉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은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정된 국가 보조금을 어떤 기준에 따라 나눠줄지는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법으로 처벌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폈다.
반면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을 두고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 통치 행위상 상정할 수 있는 국가의 최고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네 편 내 편으로 나눠 나라를 분열시키려 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놓았다"고 비판하면서 전원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또 "(리스트 집행에) 소극적으로 응하는 공무원이나 산하단체 임직원에게 좌천성 인사를 하는 등 실행 방법이 졸렬하고 폭력적이었고, 이유를 알리는 절차 등 합헌적인 과정을 모두 생략해 합법적 이의 제기를 철저하게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윤선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에게 각각 징역 6년을 비롯해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신동철 전 비서관 각각 징역 5년, 김소영 전 비서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다른 국정 농단 사건은 집중심리를 이어간다.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의 공판을 24∼28일 중 26일을 빼고 매일 연다.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도 이 부회장 공판을 26∼28일 연속해서 연다.
이 부회장의 26일 재판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증인으로 나와 삼성 뇌물 의혹과 관련해 증언한다.
25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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