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소득층을 상대로 한 '핀셋 증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보다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게 목표라면, 증세 규모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입장대로라면, 세수가 약 3조7800억 원 정도 늘어나리라고 전망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을 지게 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쓰기로 한 재정 규모에도 못 미친다.
결국 과세 대상 범위를 초고소득층에 한정할 게 아니라, 소득 상위 20~30%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누진적으로 설계된 세제에선, 중산층이 세금을 조금 더 내면 초고소득층은 훨씬 더 내야 한다. 과세 대상 범위를 넓혀야 부자들에게도 더 많은 세금을 걷게 된다는 것.
경제활동인구 0.14%만 적용되는 '핀셋 증세', 추가 세수는 4조 원 이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최근 증세 논란을 정리하면서 "다만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22일 논평을 통해 "일반 중산층, 중소기업에 세금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임기 내내' 증세 대상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으로 한정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증세 방안과 같은 맥락이다. 추 대표의 증세 방안은 과표 소득 5억 원 초과자를 대상으로 현행 40% 소득세율을 42%로 올리고, 과표 이윤 2000억 원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22%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초고소득층은 과표 소득 5억 원 초과자를, 초대기업은 과표 이윤 2000억 원 초과 기업을 각각 가리킨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증세 대상자가 너무 적어진다는 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문제의식이다.
연 소득이 5억 원을 넘는 이들은 약 4만 명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800만 명의 0.14%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2%올려봤자, 추가 세수는 연 1조800억 원에 그친다. 또 과표 이윤이 2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현재 116개다. 이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3%올려봤자, 추가 세수는 2조7000억 원이다. 결국 추 대표의 제안대로 했을 때, 추가 세수는 3조7800억 원 남짓이다. 높여 잡아도 4조 원 미만.
기초연금 인상에 필요한 6조 원, 최저임금 충격 완화 재정 4조 원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쓰겠다고 밝힌 재정 규모가 4조 원 이상이다. 추 대표의 제안대로 증세하면, 그 비용조차 대기 버겁다.
또 문재인 정부가 기초연금 10만 원 인상을 온전히 시행하면 연 6조 원이 소요된다. 추 대표 제안대로 확보한 추가 세수로는 3분의 2정도만 채울 수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의 증세 인식은 너무도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의 제안은 증세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입장이다. 증세 대상 범위를 차츰 넓혀가야 한다는 것.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초고소득자·초대기업과 중산충·중소기업 사이에도 증세해야 할 주요 대상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연 소득이 5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중산층보다는 소득이 높은 계층이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21일 발언으로 추가적인 증세 논의가 봉쇄돼 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조세 개혁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위해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문 대통령의 21일 발언으로) 증세 범위를 사전에 제한해 버리면 이 위원회(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OECD 평균에 100조 원 부족한 세수, 고작 4조 원이 목표여서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 19%대로 OECD 평균 25.1%(2014)에 비해 약 6% 포인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대략 100조 원이다(2017년 GDP 1700조 원 가정).
"OECD 평균의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서라도 연 100조 원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사회보험료까지 합친 국민부담률에서는 부족액이 대략 연 140조 원에 달한다"라는 지적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OECD 평균에 비해 부족 세금이 연 100조 원인 나라에서 고작 4조 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촛불정부의 증세 목표여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단체는 "극소수 사람과 기업에 한정하는 증세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조세정책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라면서 "슈퍼 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우선 강조하는 취지에서 이 방안을 먼저 꺼내더라도 최소한 상위 20~30% 계층에게 누진적으로 세금 책임을 더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문 대통령은 과장된 '조세 저항'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며 "시민을 믿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논의자리를 만들라"고 제안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