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가 재정전략과 부처별 재정전략을 다시 점검해달라"며 본격적인 증세 공론화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틀째 이어진 국가재정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원래 (국정과제) 재원 대책 중에는 증세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라며 "기획재정부에서 충분히 반영해서 방안들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어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안에 대해 (추미애 대표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줬다. 대체로 어제 토론으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추미애 증세안'에 힘을 실었다.
특히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어제 과표 2000억 원 이상 초과 대기업에 대해 세금을 더 내도록 고통분담을 호소한다고 말씀드렸고 오늘도 그 말씀 드린다"며 "이는 증세가 아니라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정상화"라고 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표 500억 원 기준을 말했지만, 당은 2000억 원으로 대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대선 때 문 대통령이 내놓은 증세 방안보다 기준이 완화된 증세안이라는 점을 강조해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전날 과세 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는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고, 연 소득 5억 원 이상인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높이자는 내용의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방안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제안을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증세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구체적 방안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추미애 증세안'을 대폭 반영한 세법 개정안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장관 회의와 25일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세법 개정안에 (증세안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로 연계될 것"이라며 "다음 주에 증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증세 자체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데다 각당 내부에서 증세폭과 시기를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해 세법 개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에서 여야 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문 대통령이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된 증세'를 임기 내내 유지될 기조라고 선을 그어놓음으로써 증세 논쟁의 '가이드라인'을 쳤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추미애 증세안'이 증세의 물꼬를 튼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공약을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김부겸·추미애 신호탄, 文대통령 '증세 기피증' 변할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