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노동자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더러는 눈물까지 훔쳤다. 기자회견문을 읽는 대표자의 목소리는 서러움에 떨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은 숙연해졌다.
그 숙연함 뒤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격인 밥값 예산을 삭감한 경남도의회 의원들을 향한 분노가 급식 조리실 찜통더위보다 더 뜨겁게 자리잡고 있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회의) 소속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21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가 비정규직 노동자 미지급 임금을 삭감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도의회 교육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열)가 지난 19일 미지급 4개월 소급지급분 12억7,800만 원의 예산을 삭감하고, 20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을 ‘초법적 만행’이라고 규탄한 것이다.
경남도교육청과 학비연대회의는 지난해 5월 2일 ‘급식비 월 8만 원, 2016년 6월부터 적용’에 합의했다. 또 단서조항으로 2016년도 경상남도 교육비특별회계 제2회 추가경정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소급해 지급한다는 내용도 만들었다. 정규직 1인당 급식비 13만 원의 절반이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중재에 따른 노사합의 결과였다.
하지만, 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요청한 관련 예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식소에서 밥을 먹는데 굳이 식비까지 지급하는 것은 이중혜택이라는 논리였다.
결국, 도의회는 10월 13일 본회의에서 6월부터 9월까지 급식비 소급분 13억8,000만 원 가량의 삭감예산안을 가결했다. 이때 교육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도의원이 가진 예산 심의권한을 앞세웠다.
학비연대회의는 지노위에 임금채권 성립에 도의회 예산 승인 여부가 조건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지난 5월 17일 조정안 해석 요청 접수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지노위는 지난 5월 24일 “소급지급 단서조항은 도의회의 예산 승인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조정서 내용대로 급식 직종에 대해서도 2016년 6월부터 급식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이 같은 법리적 해석과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식노동자들이 지난 19일과 20일 도의회의 예산 삭감 결정에 대해 ‘초법적’이라고 비난하는 이유이다.
도의회는 예산삭감 결정 이유에 대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도교육청이 지노위의 결정서 내용에 대해 급식비 중복지급에 관한 질의를 하지 않았고,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 대응을 함으로써 이중지급에 대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노위의 결정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 등 행정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담당공무원의 직무유기이므로 도교육청이 인사조치를 한 후 도의회에 보고하라고 부대의견까지 냈다.
황경순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장과 급식노동자들은 “법리적 해석을 거쳐 지급하라고 결정된 임금을 도의회에서 반대하고 삭감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도의원들 스스로 이를 어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표발언을 한 천영기 의원은 헌법의 노동3권과 집회결사의 자유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았다”며 “이번 사태를 뼛속 깊이 새기며, 임금 삭감에 찬성한 도의원 18명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울분마저 토했다.
학비연대회의는 오는 25일 천영기 도의원 지역구인 통영을 시작으로 18명 도의원 지역구에서 항의방문과 집회 등 단체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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