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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추미애 신호탄, 文대통령 '증세 기피증'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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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추미애 신호탄, 文대통령 '증세 기피증' 변할까?

"재원 방안, 대선 공약집과 너무 달라…증세 로드맵 마련해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 5개년 계획'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증세 없는 복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 때보다 재원 마련 방안이 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역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안으로 증세론이 조기에 불붙은 계기가 됐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1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5개년 계획'에 대해 "내용을 떠나, 178조 원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이 불과 80일 전에 발표한 대선 공약집과 판이하게 다른 점이 황당하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의 뚜렷한 재정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혹평했다.

"11조 vs. 21조 박근혜 정부보다 못한 증세 계획"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 5개년 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과제를 이루는 데 드는 178조 원 가운데, 82조6000억 원은 세입 확충을 통해, 95조4000억 원은 '세출 절감'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세입 확충'안에는 세수 자연 증가분 60조5000억 원, '세출 절감'안에는 지출 구조조정 60조2000억 원이 포함됐다. 즉 60조5000억 원은 최근 경기 회복세에 기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걷히고, 60조2000억 원 정도는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세수 자연 증가분'으로 계산한 60조5000억 원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는 없던 내용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는 31조5000억 원을 '증세'로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국정기획자문위는 11조4000억 원만 마련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겠다고 밝힌 '증세 계획' 20조9000억 원과 비교해도 절반가량 적다.

오건호 위원장은 "증세 의지가 실종됐는데, 이런 재정 전략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정책 답습"(국민의당), "민주당이 강하게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보다 훨씬 못한 재원 조달 방안"(바른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관련 기사 : 與도 '신중', 野도 '증세'...한국당만 '왕따')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TV토론에서도 '중부담 중복지'를 내세운 유승민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이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계획을 물으면 재정 절감 노력을 강조하며 증세를 마지막 수단으로 미뤄두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 5년, 증세 로드맵 마련해야"


문 대통령의 증세 회피 경향에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증세' 화두를 꺼낸 점은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인기 없는 증세론의 총대를 멨다는 정치적 비판이 있지만, 이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밀려날 듯했던 증세론이 조기에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대통령이 기피하는 정책을 개혁 성향의 각료들과 집권여당이 앞서 이끄는 모습은 이전 정부와 달라진 풍경이라는 호평도 있다.

여러 주장 가운데 구체적인 제안이 뒷받침된 '추미애 증세안'이 향후 증세론의 준거가 될 전망이다. 이 안의 요지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제 개편을 통한 증세다.
과세 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는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고, 연 소득 5억 원 이상인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높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3조5000억~4조 원 정도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추 대표는 21일에도
"확대 재정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세수 기반도 확대해야 하는데, 간접세로 하면 민생에 또다시 고통을 주니 여유 있는 계층에서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좀 더 내달라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사업연도 소득이 5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 했던 공약에 비해서도 다소 후퇴한 안이다. '추미애 증세안'이 문 대통령의 공약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4조 원 정도 규모의 '부자 증세'도 100대 공약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을 보면, 기초연금 30만 원 공약을 지키는 데도 연 평균 4조4000억 원이 추가로 든다. 아동 수당 10만 원을 도입하면 연간 2조 원씩이 든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추미애 증세안'이 국정과제들을 뒷받침하기에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마중물로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소득세, 법인세율 인상만으로는 충분한 재정이 확보될 수는 없지만, 증세 논의의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당정이 지금부터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도 이날 논평을 내어 "추미애 대표와 김부겸 장관의 증세 발언을 환영한다"며 "법인세 정상화, 고소득자 증세 등 공평 과세를 통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복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집권당과 내각서 봇물 터진 '증세', 靑 "검토하겠다")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간 분위기다. 청와대가 여당과 장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증세 공론화에 긍정적 반응을 내비치면서 21일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국가 재정 전략 회의 결과 증세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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