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이원형 감사가 일부 직원들에게 7.28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를 찍으라"고 압박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원형 감사는 16대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경력도 가지고 있다.
또 이 감사는 한일 국교정상화에 반대했던 1964년 '6.3 운동'을 기념하는 단체 '6.3 동지회' 출신인데, 이재오 후보는 이 단체의 회장을 지낸 바 있다.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알려진 이번 사건에 야당은 격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27일 "이재오 후보는 나홀로 선거운동이라고 국민을 기만하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지만 결국 뒤에서 공기업, 각종 관권이 총동원됐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광범위한 관권선거의 명백한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감사실로 한 명씩 불러 '이재오 찍으라'…관광공사노조,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
한국관광공사노조와 은평구 선관위 등에 따르면 이원형 감사는 은평에 거주하는 직원 A 씨에게 몇 차례에 걸쳐 "이재오 후보를 찍으라"고 요구했다고 <노컷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이런 요구를 받은 것은 A 씨만이 아니었다. 은평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차례로 감사실로 불러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감사가 직원을 1대1로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 감사의 계속되는 압박에 부담을 느껴 이 사실을 노조에 알렸고 노조는 지난 23일 이 감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은평구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이 감사와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 짓을 다한다…회사 그만둘 사람은 이원영 감사"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급하긴 급한 모양인지 별에 별 짓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관광공사는 문화관광부 산하단체로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공직자가 자기 회사 직원에게 이재오 후보를 찍으라고 권유한 것은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우 대변인은 "관광공사를 떠날 사람은 이재오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거부한 직원이 아니라 이재오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한 이원형 감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관련된 내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감사직은 원래 인사와 관련된 권한이 없는데다, 이 감사는 정치권에서 오신 분인데 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연 그런 일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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