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의 문턱에서 주저앉기는 했지만, 그의 출마는 '이재오 대 장상'이라는 양자 구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면서 정치신인으로서 만만치않은 가능성을 대내외에 확신시켰다는 평가다.
천호선 "죄송합니다, 그러나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
그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정치권의 친노(親盧) 인사들을 거론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직접 드러내는 일은 드물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특유의 논리와 차분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언론계 전반의 평가도 우호적인 편이다.
3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정당지지율에서 출발한 그는 선거운동 중반을 넘어서며 두 자리수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민주당 장상 후보의 지지율이 비교적 정체돼 있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48세의 젊은 나이도 강점으로 손꼽힌다. 천 후보 측 인사들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후보는 천호선 뿐"이라고 강조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 서울 은평일 재보선에 도전했던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는 결국 단일화의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만만치않은 가능성도 확인해 보였다. 그는 "당장 해야 할 일은 단일화된 장상 후보를 돕는 일"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
민주당, 민주노동당, 참여당 등 야3당이 참여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천 후보는 예상 외의 선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여론조사는 3개 여론조사 기관이 전화면접을 통해 확보한 각 500건, 모두 1500건의 샘플을 종합해 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천호선 후보 캠프의 유시민 선대위원장은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쇼트트랙으로 치면 스케이트 날 하나 차이로 졌다"며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다, 천호선도 씩씩하다"고 전했다. 장상 후보와 천호선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3~4퍼센트 포인트 수준에 불과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천호선 후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선전했다"고 했다.
천 후보는 당장 장상 후보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죄송합니다, 그러나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를 통해 크고 작은 희망을 걸었던 분들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게 됐다"며 "무엇보다 제 개인의 부족함이 많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장 해야할 일은 단일화된 장상 후보를 돕는 일"이라며 "하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저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최선을 다 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천 후보는 "저를 지지했던 은평 유권자들에게 외람될지 모르지만 감히 부탁드린다"며 "꼭 투표해 달라, 반드시 장상 후보를 찍어 달라"고 덧붙였다.
"단일화 효과 기대" vs "유권자가 장마당 꼴뚜기냐"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야3당이 은평을의 단일 후보로 민주당 장상 후보를 확정해 발표한 것을 두고 맹공을 퍼부었다.
조해진 대변인은 "선거일을 겨우 하루 앞두고 야당후보들끼리 단일화를 하는 것은 보름 가까이 후보들을 관찰하고, 평가하고, 고민해 왔던 은평구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유권자가 무슨 장마당 꼴뚜기냐"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은평 유권자를 주머니 속 공깃돌로 생각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줄세우는 일"이라며 "결국 민심의 만만치않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단일화에 성공하면 지지율이 평균적으로 10~15퍼센트 포인트 가량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번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장상 후보가 이재오 후보를 꺾고 당선될 가능성이 50퍼센트 이상으로 늘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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