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에 대해 일반인들은 '강부자(강남 땅부자)'와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권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선거 패배 등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 대통령은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진의'가 다른 데 있음을 강조했지만,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친서민'은 그저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으로 인식됐다.
현 정부의 중간 평가라고 할 수 있는 6.2 지방선거에서 뼈아픈 패배를 한 뒤 이 대통령은 또다시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재벌'을 서민경제의 '적'들로 지목하고 나선 점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전임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오히려 한수 위로 보인다. "대기업 캐피탈사가 일수 이자 받냐", "청와대가 삼성, LG 키워주려고 하는 줄 아냐" 등이 언론에 보도된 이 대통령 발언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대기업 압박' 발언이 이어지자 당장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의 반발이 쏟아졌다.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대기업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다.
그간 4대강, 감세 등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기업 투자 촉구, 캐피탈 이자율 조사 발언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높은 사람들이 전문 분야에 너무 깊이, 자주 뛰어들면 오히려 시스템을 망친다"며 "북한이 저렇게 (경제가 악화)된 것은 김일성이 너무 많이 알아서 그렇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바깥에서 보면 잘 되는 대기업들이 좀더 공격적으로 경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지만, 그렇게 안 한다고 '너는 무조건 해라'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를 위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정부가 설사 대기업에 친화적인 정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익이 생겼으니 미래 전망은 보지 말고 무조건 투자를 해라', 그렇게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투자에 실패하면 정부가 책임질 거냐"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잘 안 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지난 IMF 위기 때 많은 기업들이 당한 것을 봤기 때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은 영원한데 정권은 유한하다. 책임을 안 져주는데 그 사람들이 왜 그걸(투자를) 자기 목숨 내걸고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대기업이 현금보유량이 많은데 투자를 안 하니 서민들이 더 힘들다"는 발언을 했던 사실을 25일 알렸다.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이 의원의 발언은 이 대통령의 '압박'에 대한 재벌기업들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셈이다. "사업은 영원한데 정권은 유한하다"는 인식은 현 정권이 이미 레임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대기업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재벌 다잡기'는 이미 때늦은 것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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