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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전 참전용사 한국 교포, 추방 위기 내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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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전 참전용사 한국 교포, 추방 위기 내몰리다

英 <가디언> 보도…"5살 때 떠난 한국으로 가라니"

영국 언론 <가디언>이 지난 14일 미국 오리건 주의 추방 위기에 처한 한국 출신 김종(Chong Kim) 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미국에서 추방 당한 입양인 필립 클레이 씨가 지난 5월 21일 자살로 삶을 마감한 뒤 한국에서 추방 입양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씨가 입양인은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한국 교민들을 포함, 이민자들이 처한 불안한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김 씨는 지난 2005년 미군에 입대한 뒤 이라크에서도 복무한 퇴역 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가 추방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더 충격적이다.

<가디언>은 14일 "추방 위기에 처한 이라크 참전 용사가 감옥에서 말한다 '나는 완전히 혼자라고 느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종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가디언> 기사 원문 보기)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다섯 살 때인 지난 1981년 부모를 따라 합법적으로 이주한 영주권자다. 그는 지난 현재 워싱턴 주 타코마에 있는 이민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가 수감된 것은 지난 2010년 퇴역 후 저지른 범죄 때문이다. 그의 변호사 워든-허츠(Tim Warden-Hertz) 씨는 김 씨에 대해 "퇴역 군인들의 숨겨진 과정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군인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내게 '당신은 다른 누구 못지 않게 미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줬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퇴역 후 김 씨는 많은 이라크 참전 군인들이 겪은 '외상후증후군'을 앓게 됐다. 이로 인해 그는 마약 중독에 빠져 노숙자가 됐고, 결국 2013년 식료품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히게 됐다. 억류된 후 그는 추방 위협에 시달렸으나 궁극적으로 석방됐다.

'정신적 치료'가 필요했지만, 그는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그는 2016년 2월 어느 날, '지루해서' 빈 맥주병에 가솔린을 채우고 불을 붙여 상점 뒤 벽돌 벽에 던졌다. 그는 아무도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지만,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중죄로 기소됐다. 김 씨는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변호사는 그 행위가 부주의한 장난이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고, 작은 손상만 있었다. 김 씨는 방화 시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교정 치료를 선고 받았다. 그는 작년 8 월 미국 재향군인국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VA)에서 주관하는 약물 남용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지난 1월에 이를 마쳤다.

그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희망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VA 병원에 청소 노동자로 취업했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난 4월 출입국 관리 담당관이 만나자고 전화했을 때, 추방 위기에 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이민 세관 당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의 체포는 40% 늘었다. 하지만 퇴역 군인들의 추방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지난 2016년 230명 이상의 퇴역 군인들이 추방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현재 민주당은 추방 당한 퇴역 군인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김 씨를 만난 퇴역 군인들 지원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메이어스(Jordan Meyers) 씨는 상당 수의 퇴역 군인들이 외상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퇴역 군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 프로그램이지 추방이 아니라고 말했다.

워든 허츠 변호사는 김 씨에 대해 "그는 누구에게도 위험이 되지 않는다"면서 "비극이다. 마치 일이 잘 되고 있는 것처럼 하면서, ICE는 그를 불러서 억류했다"고 말했다.

체포 당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던 김 씨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며, 만약 추방될 경우 일자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여기 떠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을 처음부터 재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냐"면서 "나는 완전히 혼자인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추방을 앞둔 불안감을 드러냈다.

▲ 김종 씨에 대한 <가디언> 보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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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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