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리기로 한 날이지만, 이 대통령은 회의 대신 시장을 방문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해 정부 내 이견이 조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연일 '서민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제2금융권의 고금리를 "사회정의상 맞지 않다"며 직설적 어조로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수행했던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경호, 의전팀이 난감할 정도로 반응이 너무 좋았다"면서 "'티비보다 젊고 잘 생겼다' '대통령만 믿습니다. 잘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이 제일 많았다"고 전했다.
"내가 현장을 몰랐다"…바뀐 법대로면 이자상한은 44%
▲ 화곡동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하다 재래시장에 들른 이 대통령ⓒ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이날 미소금융에 1000만 원 대출을 신청한 신용불량자 이력이 있는 40대 여성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재벌그룹 계열 캐피탈 회사에서 대출한 전력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캐피털 회사 연리가 40~50%에 달하는 점을 확인한 후 진동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사채하고 똑같잖아. 사채 이자 아니냐"면서 "간판도 없는 사채업자나 많이 받는 줄 알았더니 캐피탈 같은 데서 이렇게 이자 많이 받는 줄 몰랐다. 일수 이자보다 더 비싸게 받아서 어떻게 하나"고 말했다.
진동수 위원장이 "불법사채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 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느냐.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고 캐피탈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현장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과 똑같다.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에서 40~50% 이자 받는 게 맞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되는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른 이자 상한선은 연리 44%다. 이 법안은 지난 8일 차관회의에서 통과된 것으로 기존에 비해 5% 포인트 낮아진 것에 불과하다. "현장을 몰랐다"는 이 대통령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이 이렇게 이자를 많이 받으면 나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캐피탈 회사는 미소금융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 그룹 미소금융에서 돈 빌려서 이 그룹 캐피탈에 갚는 걸로 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부업법이 바뀐 당일 이 대통령이 이처럼 재벌계열 제2금융권의 고금리를 질타한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SSM 이야기 있었냐고? 없었다"
김희정 대변인은 이날 행사에 대해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라는 메시지였다"면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데, 베터리가 떨어져서 발을 동동 구르는 꼬마들도 만났다"고 자평했다.
'당초 오늘 예정됐던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시장 방문으로 바뀐 것은 부동산 정책이 조율되지 못한 탓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며 미소금융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애착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등이 DTI 완화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정부 부처에서 충분히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모든 정책의 중심에 서민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 방문에서 기업형슈퍼마켓(SSM) 관련 발언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없었다"고만 답했다.
한편 미소금융에 대한 대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한 이날 행사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정인철 전 기획관리비서관이 주재했다는 월례모임 참석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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