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들어온다는 갑작스러운 발표.
사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작된 싸움. 경북 성주군 4만5천여명의 싸움은 더 작은 2천여명 초전면으로 그리고 100여명이 사는 소성리로 옮겨갔다. 그날로부터 벌써 1년. 사람들은 사드를 넘어 평화를 밝히기 위한 촛불을 매일 밤 켰다. 오늘 밤도 성주의 평화나비광장에서 촛불이 타올랐다.
성주 사람들의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1년을 맞았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충환 김성혜 이종희)는 13일 저녁 성주군청 건너편 평화나비광장에서 366회 사드 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다. 국방부가 지난해 7월 13일 사드 배치지로 성주를 발표한 뒤 촛불을 켠지 1년째 되는 날이다.
1년째 촛불집회는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8시부터 2시간 가량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이들은 파란색 '사드배치 결사반대' 손피켓을 들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는 이땅으로"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1년 전 성주군청 앞 마당에서 촛불을 들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주민들로 구성된 율동팀 '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의 공연에 맞춰 아이들의 율동이 이어졌고, 추운 겨울 같은 난로에 모여 앉은 것이 인연이 된 '9번난로팀'의 가곡 '고향의 봄'에 맞춘 어깨동무와 노랫소리도 광장에 울려퍼졌다. 사드에 맞선 투쟁의 나날들은 성주 주민들을 끈끈한 공동체로 묶기에 충분했다.
여성들은 광장을 찾은 손님들을 맞이했고 청년들은 바닥에 의자를 깔았다. 원불교와 대가면투쟁위는 주민들에게 삼계탕 200인분을 대접했다. 역시 경북 김천역 앞에서 327일째 사드 반대 촛불을 켠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주민들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이날 성주 광장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했다.
1년째 성주 촛불집회 사회를 맡고 있는 이재동 성주농민회장은 "박근혜, 박정희의 박(朴)자도 꺼내지 못했던 보수적인 성주 사람들이 바뀌고 있다"며 "사드로 눈 뜬 성주 주민들이 대구경북의 편향된 정치지형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촛불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모두 영웅"이라며 "우리의 사드반대 투쟁이 얼마나 위대한 투쟁인지는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성주읍 주민 조유련씨는 "성주 촛불 1년을 맞아 광장에 들어오는 순간 1년전 생각이 많이 났다"며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갔는지 늘 궁금하다"고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힘을 합쳐 소성리의 사드가 미국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면서 "그날까지 앞으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60대 주민은 "1년 전 서울역 집회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부터 함께 해온 주민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사드를 몰아내고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
광장을 찾은 다른 지역의 시민들도 성주를 응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유선철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성주가 걸어온 길은 고난과 눈물의 길이었지만 사드를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날 환호와 영광의 길이 될 것이다. 갈 길은 더 힘들겠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성주 촛불이 있어 평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늘 죄송하다. 철회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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