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씨 '제보 조작' 사태로 궁지에 몰린 국민의당이 7월 국회 추가경정(추경) 예산 심사에 참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이 되는 만큼, 국회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국민의당은 그간 '제보 조작' 사태에 대한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등 발언을 문제 삼아, 추 대표의 사퇴와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있기 전에는 추경 심사를 포함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해 왔다. 추 대표는 그러나 사과는커녕 연일 국민의당을 향해 거듭 강공을 폈고, 국회 정상화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시름도 깊어가던 차였다.
경색 국면을 푼 것은 결국 청와대였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3일 오전 전격 국회를 찾아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당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국회 복귀를 설득했다. 특히 임 실장은 박 위원장에게, 추 대표를 대신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소집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오늘 임 실장이 저와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와 '추경이 국민과 국가 경제에 절박하다. 반드시 7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며 "최근 추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임 실장이)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로서는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실상 청와대가 추 대표의 발언이 잘못된 것을 사과하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임 실장은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있는 그대로 검찰이 수사해 진실을 밝히면 되는 일"이라며 "정치적 고려와 개입은 절대 안 된다. 정치권이 시시비비를 다툴 문제도 전혀 아니다. 검찰에 맡겨 엄정 수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누구도 수사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코 말한다. 수사에 걸림돌이 되는 일체의 언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저희는 추 대표의 직접 사과를 요청했지만 (추 대표는) 거부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중진 등 많은 의원들이 성토하고 비판하는 분위기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추 대표 발언으로 인한 파행이 있었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대표해 사실상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저희 당이 어떤 평가를 할 것인지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당론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복귀와 관련한 결정을 논의에 부쳐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의총 논의를 부탁하며 "추경이 급박한 상황"이라며 "우리 당이 원래 추경 심사에는 임하는 것이 당론이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즉 당 대표 대행인 박 위원장은 의원들에게 '추경 심사에 복귀하자는 쪽으로 당론을 정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국민의당은 또 송영무 국방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의 임명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위원장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저희는 국방부·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 되고 자진사퇴하거나 임명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임종석 실장은 '이 문제는 대통령이 고려해 판단할 문제이지 본인 입장에서는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며 "인사 문제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알 수 없지만, 저희 당의 입장이 관철되기를 촉구하고 요구한다"고 하면서도 "그런데 저희 당은 인사 문제와 상관없이 추경은 심사에 착수했던 상황에서 추미애 대표 발언으로 사정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가 사과한 상황에서 앞으로 국회 운영 방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깊이 있게 논의해 달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발언 첫머리에서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 말씀을 다시 한 번 올린다"며 "앞으로 저희 당은 이 사건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제보 조작 사건으로 당원 이유미 씨에 이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고,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사과 회견을 하면서 국민의당은 큰 위기에 몰렸다. 특히 당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 강경 노선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의당으로서도 적잖이 불안한 처지였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김동철 원내대표가 '문준용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지만, 당 내에서는 특검법 발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던 차였다. (☞관련 기사 : 여론 비난에도 '문준용 특검' 발의 강행한 국민의당)
결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격 국회 방문과 '대신 사과'는 출구 전략을 고민하던 국민의당이 국회로 복귀할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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