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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CEO였다면 벌써 해고됐을 것"

[분석]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G20에서 따귀 맞다

지난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가 국제무대에서 어떤 역풍을 불러일으키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의미로 "G20이 아니라 'G19+1'였다"는 일부 논객들의 촌평이 화제로 떠올랐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힘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는 이유로 몇차례 국제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경험한 다른 G20 정상들은, 트럼프의 비위를 적당히 맞추면서 "미국만 입장이 다르다"고 첨언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정상회의 폐막 3시간 전 공동성명을 가까스로 마련할 정도로 진통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미국 주류 언론도 "공동성명을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트럼프에 승리를 거두었고, 트럼프는 국제무대에서 완벽하게 미국을 고립시켰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동성명은 "상호 호혜적인 무역과 투자, 비차별 원칙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불공정 무역 관행을 포함한 보호주의와 계속 맞설 것"이라면서도 "합법적인 무역 보호수단의 역할을 인식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문구를 곁들였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대해서도 공동성명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에 주목한다"며 "나머지 G20 회원국 정상들은 파리협정이 되돌릴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명시했다.

정작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한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무역협정 개정과 북핵 문제 등 자신이 주도하려던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정상'으로 보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AP=연합

"비정상적 언행 일삼는 트럼프, 기업 CEO면 벌써 해고됐을 것"


G20 정상회의가 발표한 공동성명의 내용으로 볼 때, 향후 글로벌 공동체의 위기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의 경제석학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이번 G20 정상회의가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모든 참가국들의 합의가 아닌 공동성명이 나오기는 처음"이라면서 '국제관계의 균열'이 드러난 행사로 평가했다.

서머스 교수는 "공동성명 발표를 성과로 평가하기보다는, 공동성명의 내용으로 볼 때 트럼프 당선 이후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국제질서의 붕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트럼프가 정상회의 안팎에서 보여준 언행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미국의 안보에 최대 위협이라고 보는 우려를 확인시켜주었다"고 비판했다.

칼럼에 따르면, 트럼프의 언행은 G20의 근본토대인 '글로벌 공동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글로벌 공동체가 합의한 기후변화협약과 자유무역주의를 거부했다.

트럼프 정부의 시스템 자체도 엉망이다. 주요 정상회의장에서 트럼프는 자리를 비우는 이례적인 행동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딸 이방카를 대신 자리에 앉혔다. 어떤 나라의 정상이 부득이하게 정상회의장의 자리를 비우는 일도 드물지만, 피치못할 상황이라면 외교장관 등 정부의 고위 관료가 대리 참석하는 것이 시스템에 의한 운영이다. 대통령의 딸이 비록 백악관 고문의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을 대리해 참석을 한다는 것은 다른 정상회의 참석자들에게 모욕적일 뿐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 고위관료들이 실권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서미스 교수는 "트럼프처럼 공개석상에서 비정상적인 언행을 하는 자가 기업의 CEO라면 벌써 해고됐을 것이다"고 또다시 '트럼프의 대통령 자격미달론'을 꺼내들었다.

미국을 제외한 G20 정상들도 서머스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지속했던 국제무대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존경받은 군인으로 꼽히는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총사령관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받은 인상은 미국이 중심 지도국 역할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등 서구적 가치 자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구심력을 발휘하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고, 미국이 국제연맹의 일원이 되길 거부했던 100년 전의 세상과 닮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G20 정상회의 행사에 참여해 독일의 의원들과 교류를 가졌던 브랜던 보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유럽에서 만난 많은 정치인들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미국이 더 이상 서구의 리더가 아니라는 실망감을 토로했으며, 미국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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