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족성과 아리랑의 정서를 닮은 소나무의 강한 이미지와 형상들을 그려온 원로화가 김경인 초대전이 7일 정선 아리랑센터에서 개막했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과 아리랑박물관이 2018 동계올림픽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1990년대 이후 김경인 화백이 천착하고 있는 소나무 작품 11점과 1970년 및 1980년대 ‘문맹자 시리즈’로 당시 사회와 평단에 큰 반향을 주었던 증언 24점 등 모두 37점의 대작을 선보인다.
김 화백은 지난 1991년 여름 정선에서 소나무를 접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에너지에 주목하게 되며, 이후 소나무를 찾아서 강원도 산골에서 전남 해남의 땅끝 마을까지 전국을 세 차례나 순회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김경인 화백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정치·사회적으로 암울했던 시기 ‘문맹의 세월’을 비판하며 현실 참여적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어 1990년대 ‘소나무’ 연작으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작가의 삶을 실천했다. 인하대 교수로 재직 당시인 1990년대 초 역경을 극복한 한국적 정서를 뒤틀리고 몸부림치는 소나무에서 찾기 시작했다.
정선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되어 당시 50대의 김 화백은 ‘한국의 미’가 담긴 소나무를 찾아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들고 30대의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과 함께 정선 몰운대, 구절리 자개골 등 정선에서 내로라하는 소나무가 있는 골짜기를 찾아 다녔다.
이렇게 시작한 일련의 소나무 연작은 ‘정선 몰운대 노송’(1991년 작)으로 시작되었고, 그는 한국적 미, 멋의 원천을 형상화 했다는 평과 함께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1994년 제6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경인 화백은 “정선에서 무엇을 그릴 것인지 1개월간 고민하다가 찾은 것이 벼락 맞은 600백년 된 소나무”라며 “소나무는 우리 민족 고유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고 있는 김 화백의 문맹자 시리즈와 소나무는 민주화 이전의 암울한 시대와 신명과 기(氣)를 강한 필력에서 나오는 리드미컬한 선과 색으로 구사한 작품들이다.
문맹자 시리즈가 과거 여러 가지 모순적 현실을 용기 있게 들추어내며 공론화 한 작품이라면, 소나무 시리즈는 겨레의 얼과도 같은 소나무를 통해 냉정하게 역사와 현실을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것’의 의미를 찾고자 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김 화백은 외솔보다는 더불어 있는 소나무를 즐겨 그린다. 역경을 극복한 한국적 정서를 뒤틀리고 몸부림치는 소나무 군상에서 찾았다.
평소 소나무를 ‘소낭구’라고 부르는 그는 “소낭구는 더불어 있어야 멋이 나고 외롭지 않으며,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 겨레의 철학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말했다.
진용선 아리랑박물관장은 "김경인 화백은 1970년대와 80년대 여러 가지 모순적 현실을 용기 있게 들춰내어 공론화하면서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 했다면, ‘소나무’를 통해서는 모순 타개를 위해 들뜬 감성을 억제하고 역경을 극복한 소나무를 통해 차원 높은 리얼리즘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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