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신임 대표가 16일 취임 인사차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찾았다.
상견례를 겸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여야 대표들은 코 앞으로 다가 온 재보선을 언급하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안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처럼 이번 재보선에서도 (정세균) 대표가 나서서 싹쓸이하려고 너무 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몇 석을 남겨 달라"며 "그래야 우리도 살지 않겠나, 적당히 좀 해 달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번에 당 대표가 됐는데 바로 목을 떼려고 하지는 않겠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으로) 한나라당의 의석이 176석으로 늘어났는데 사실 균형이 너무 깨져 있다"며 "민주당 의석이 현재 84석인데, 다른 개혁 진영을 다 합쳐도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재보선에서는 크게 양보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응수했다.
정 대표는 "개혁 진영이 100석은 만들 수 있도록 좀 도와 달라"며 "그래봐야 여야 의석균형은 불가능하지만, 심리적 균형이라도 이뤄주시면 야당이 원내에서 더 협력적인 자세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나홀로 선거운동'을 선언한 서울 은평을의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를 의식한 듯 "한나라당의 어떤 후보의 경우에는 '당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데, 그냥 안상수 대표께서는 당사에 계시는 게 어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큰 정치 하자"…"날도 더운데 여야 협력을"
4대강 사업 예산과 미디어법 등 '여권독주'의 일등 공신이었던 안 대표는 "내가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에서 부딪힐 때가 많았지만 당 대표가 되면 원내대표와 분리돼 싸울 일이 없을 것"이라며 "정 대표와 협조하고 사이좋게 지내면서 상생정치를 펼쳤으면 한다"고 일단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
안 대표는 웃으며 "정세균 대표와는 15년 정치를 같이 하면서 친하게 지냈고, 법사위원장을 할 때는 제가 무주에 태권도 공원을 만들 수 있도록 협조해 드렸다"며 "그 후에 아직까지 (정세균 대표는) 식사 한 번 사지 않아서 제가 식사를 (대접)받아야 할 채권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안 대표는 "이제 큰 정치를 한번 해보자"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하고, 집권당 대표가 사는 한 잔의 맛이 어떤가도 보시고, 저녁도 같이하면서 대화의 통로를 많이 열어놓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대표도 "잘 좀 해 보자"며 "날도 덥고 서민 경제가 매우 어렵지 않느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여야가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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