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만했다. 이미 내정된 김희정 대변인이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니까 구색을 맞추려면 홍보수석에는 언론인(출신)을 기용하는 게 무난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언론인(출신) 가운데 어떤 언론인(출신)을 기용하느냐가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세계일보'가 오늘 보도한 게 있다. 청와대가 "종편과 관련 없는 방송계 인사로 한다는 콘셉트"를 설정한 끝에 홍상표 YTN 경영담당 상무를 기용했다는 내용이다.
눈 여겨 볼 보도다. 홍상표 홍보수석 내정자의 전력-황우석 박사 사태 때의 '청부 취재' 전력과 '돌발영상' 삭제 행적-과는 별도로 챙겨야 할 시사점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콘셉트'에는 그들의 난감한 처지가 묻어있다. 종편 따내기 경쟁에 뛰어든 조중동을 의식하는 청와대의 노심,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려는 청와대의 초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실제가 그렇다. 청와대가 조중동 가운데 일부에만 종편을 허가하면 나머지 일부가 들고 일어설 게 분명하다. 가뜩이나 권력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이른바 '우리 편 신문'마저 등을 돌리면 정치적 타격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원하는 모든 곳에 종편을 내주는 것도 마땅치 않다. 그러면 수익이 나지 않아 모두가 망한다는 걸 세상이 다 알고 조중동도 다 안다. 조중동 가운데 일부가 한 곳에만 종편을 허가해야 한다는 언론학계 일각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그 한 곳이 우리 회사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짙게 깔고 말이다.
▲ ⓒ청와대 |
청와대가 이래도 욕 먹고 저래도 욕 먹는 상황에서 홍보수석에 종편과 이해관계가 긴밀히 맞물린 특정 신문사 출신을 앉히면 괜한 오해를 산다. 종편이 선정되기 전부터 정치적 오해를 다발로 살 수 있다. 다른 곳이 아닌 조중동으로부터 말이다. 그래서 떨어지려는 것이다. 백로를 자처하면서 까마귀 노는 곳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버스는 이미 지나갔다. 청와대가 진짜로 종편 선정에 개입하지 않아도, 본래대로 방송통신위의 결정을 지켜보고 존중해도 피할 수 없다. 종편 선정 이후 초래될 정치적 논란과 반목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데가 아니라 조중동부터 청와대의 '중립적 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보수석의 출신배경 이전에 방송통신위원장과 대통령의 특수한 관계를 중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편 선정에서 탈락한 신문사가 화풀이 겸 종편선정사 견제 차원에서 정치적 논란을 지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청와대가 자초한 화이다. 괜히 미디어법을 손 대 불러들인 화이다. 그냥 감당해야 한다. 홍보수석 한 자리로 식히고 잠재울 화이기에 그냥 감당해야 한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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