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무상급식은 여전히 큰 화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도지사직을 맡으면서 전면 중단시켰고, 끊임없는 갈등과 논란이 이어지며 또다른 갈래로 정치·행정적 갈등이 파생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느냐며 반대의 목소리가 드셌지만, 홍준표 도정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도의원이 다수였던 경남도의회는 무상급식 방침에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홍준표 없는 경남도정’이 시작된 지 두달 가까이 넘어서자 돌연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전면 실시 촉구’라는 목소리가 도의회 내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도의회 시 지역 도의원 일동 명의로 건의문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박동식 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공감대 형성의 차원이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고 했다.
박 의장은 “인근 부산도 올해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했는데, 옆에 있는 경남은 뭐냐 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알릴 사항은 아니고, 물밑작업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당 도의원 내부의 이견을 의식하고 있었다.
박 의장은 “엊그제 그러자(무상급식 중단) 해놓고 이제 와서 전면 실시를 하자고 하면 내부적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며 “공감대 형성을 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해서 일을 진행하다보면 의원들 사이에 조율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또 “나와 천영기(자유한국당·통영) 도의회 운영위원장이 우선 이야기를 해서 공감했고, 7월 초쯤이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이후 도의회 내부적으로 서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여영국 정의당 도의원을 제외한 다른 정당 도의원들을 상대로도 서명 동참 요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홍 전 도지사가 무상급식 전면 백지화를 추진하자 지지를 했던 한국당 도의원들이 이제 와서 슬그머니 무상급식을 다시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표심을 의식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것이다.
쟁점은 또 있다. 지난 2010년 전임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무상급식을 합의한 정신에 대한 복원은 한마디 언급도 없이 막연히 중학교까지 전면실시를 하자고만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여영국 도의원은 6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된 경남의 무상급식과 중학교까지 전면 실시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9일에도 기자회견을 가졌던 여 의원은 “도지사가 없는 경남에서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실시 여부는 중단했던 경남도와 이를 지지하고 옹호한, 도의회 90%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겨냥했다.
여 의원은 그동안 “무상급식이 중단됐던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며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0년 전임 도지사와 도교육감 사이의 합의를 복원해 이행하면 되는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2010년의 합의는 무상급식 재원 분담을 도교육청과 도청, 시·군이 각각 3:3:4로 부담하는 것이다.
여 의원은 또 “자유한국당 시 지역 도의원 일동 명의의 건의문에서 우려되는 것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을 국가가 부담함에 따라 교육청 재원 여건이 나아졌으니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라는 취지의 논리”라며 “이는 그동안 홍 전 지사가 주장해왔던 것처럼 무상급식은 도교육청 사무인 만큼 도교육청 예산으로 하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도청과 도교육청 간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논리에 근거한 건의는 양 기관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여 의원이 요구하는 것은 도의회가 이 문제에 대해 나선다면 중학교 이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광역시도 평균수준에 맞춰 지원하는 방안 등 합리적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4가지 제안도 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도민의 입장에서 지원 안이 고민돼야 한다는 것과 도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합리적 근거와 정당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0년 전임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합의한 분담비율보다 후퇴해서는 안되며, 경남도보다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재원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제안이다.
한편,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최근 경남도와 도교육청, 도의회, 경남운동본부 등 4자 협의체 구성을 통한 무상급식 관련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동식 의장은 이날 후반기 도의회 개원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은 “도의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며, 도와 도교육청이 협의해 의논하도록 하겠다”며 “양 기관의 대화에 학부모까지 참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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