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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의 흑역사는 계속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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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의 흑역사는 계속되는가

[사회 책임 혁명]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주택가의 뒷골목에서 피아노 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아이들이 크게 줄면서 어떤 피아노 제조업체의 판매량이 1992년 기준 18만여 대에서 지난해 3000여 대로 급락했고, 올해부터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고 한다. '강북 8학군'으로 불리는 서울 목동 일대에서 신입생 수가 100명 이상 감소한 고등학교가 세 곳이라고 한다. 피아노 판매가 격감하는 시기와 일치하는 세대일 것이고, 이 또래 학생들의 전국적인 격감을 강하게 시사한다.

올해 출생아 수는 40만 명도 안 되는 역대 최저 기록이 예상된다. 지난 1분기에 9만 8000여 명에 그쳤고, 이러한 감소세가 반전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분석'(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농촌지역 36개 군을 비롯해 여러 시군구의 존립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부산은 남구 등 여러 자치구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행정단위로 분류됐다. 도시재생이 부진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사는 분들은 이렇게 분류된 까닭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일자리 창출·4차산업혁명 대비·저출산문제 해소'를 '국정 3대 우선과제'로 선정했다.

초저출산 탈피를 통해서 '적정인구 5000만 명'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녀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면서 양육친화적인 사회시스템의 구축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공감했던 저출산 문제는 국회와의 협치를 통해서 순항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공공주택 및 공공보육의 확대, 청년 일자리, 아동수당 도입, 육아휴직 개선 등에서 획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아동수당(children's allowance, child benefit)만 해도 오래전에 도입이 시도됐다가 흐지부지됐지만. 내년부터 0세에서 5세까지 모든 어린이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재원에 대한 논의에서 경제부처의 입김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질적인 변형이 시도될 개연성이 있다. 지역상품권·지역화폐로 대체하는 '쿠폰제'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아동수당 도입이 무산된 경위에서 경제부처의 입장은 명확한 것이었다. 10년이 지나도 달라질 것이 없는 '모피아'가 주도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라면, '아동수당의 흑역사'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제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기존 출산율을 지지하는 긍정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지금에 와서 아동수당은 '이미 태어난 아이'의 건강과 복지에 미력하나마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겸허하고 각성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복지모형 구축'(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안정적인 고용관계가 해체된 상황에서 기초연금·아동수당·실업급여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자연스러운 귀결로 분석되었다. 지금은 저출산 현상을 악화하지 않으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비롯한 '양성평등의 체질화'와 사회경제적 환경개선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 그리고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학교 등에 사회적 책임이 진일보하는 사회야말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진정한 모티브가 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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