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최초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씨 외에도 50여 건의 추가 사찰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지난 9일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지원관실 소속 공무원 5명의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원관실이 추가로 50여 건의 민간인 사찰을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인규 지원관이 주도한 김종익 씨 사찰 건을 조사하는 검찰이 다수의 비슷한 피해 사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종익 씨도 "지원관실이 정치인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나와 같이 조사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공문서, 보고자료, 일지, 회의기록, 이메일 송수신 내역, 컴퓨터 전산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검찰 관계자는 추가 민간인 사찰 정황 파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호, 김대모 노사정위 위원장 불러 "서약서 써라" 요구
이와 별도로, 전날 사표를 제출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난 2008년 7월 김대모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서약서를 받은 것도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기자를 포함한 노동 관련 교수 및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직후 이 비서관이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서약서를 요구했다'며 '서약서 내용은 직무 수행 중 문제가 생길 경우 임기 중이라도 물러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 민간인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는 이영호 비서관과 박영준 차장이 어떤 식으로 전횡을 휘둘렀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영포게이트, '고소영'으로 표현되는 MB 인사 스타일에서 시작"
추가 사례가 있다는 것은 야당에서는 이미 팩트(fact)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얘기한 문제들이 한 번도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도 "광범위한 권력형 게이트의 피해 사례가 더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며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경찰이나 검찰로 이첩한 사건의 리스트만 살펴 봐도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날 기존의 '영포게이트 특별조사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추가 사찰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이 사건이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과 이영호 비서관 등 '비선 라인'과 관련이 있으며,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지원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로 넓혀지는 등 "최근 20년 간 본 적 없는 초대형 권력형 게이트"(우상호 대변인)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 권력형 게이트는 '고소영'으로 표현되는 특정 학교, 특정 지역 출신 인사를 집중 발탁해 기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공격했다. 우 대변인은 "이들이 비선라인을 형성해서 과잉충성을 하다 생긴 권력형 게이트"라며 "자기 고향 후배, 자기 대학 후배만 발탁해서 쓰다보면 결국 그들끼리 결탁해 그들만의 공화국을 만들 수밖에 없음은 과거에 여러 번 확인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에서는 내가 한나라당을 이간질한다고 하는데 제 이간질로 흔들릴 한나라당이라면 집권여당 자격이 없다"며 "총체적 국정문란이 이간질로 밝혀진다고 하면 이런 이간질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제는 한나라당 의원 입에서도 '박영준-이상득 라인'을 언급하고 있다"며 "민주당도 박영준-이상득 라인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건 "이성헌, 친이계 후보와 대립각 세워 관심 끌려고 무리한 발언"
한편, 민주당 특위 위원장인 신건 의원은 한나라당 이성헌, 나경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실 김유환 정무실장이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했다"는 이성헌 의원의 주장에 대해 신건 의원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 의원이 친이계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한 발언을 하신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유환 실장과는 국정원장 시절 대면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신건 의원은 국정원장 시절 언론인 등 1800명을 도청한 사람"이라는 나경원 의원의 비난에 대해서도 신 의원은 "국정원장 시절 10톤이 넘는 도청장비를 수차례에 걸쳐 수거해 인천제철소의 용광로에 모두 녹여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던 사람으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그전 정부로부터 있어 왔던 정보기관의 도청은 사라지는 과정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나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보수표 결집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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