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6.2지방선거 패배와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맞나? 사퇴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
6일 KBS <9시뉴스>가 "정운찬 총리가 오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사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 총리가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 총리의 사의를 만류했으나 정 총리의 의지가 완강해 결국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퇴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8일'이라는 구체적인 사퇴 시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 보도에 대해 "도대체 누가 이런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는 것인가"라며 화를 냈다고 <조선일보>가 8일 보도했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사퇴 시점까지 못박은, 그것도 사실과 다른 보도가 청와대발(發)로 나오자 청와대 일부 참모들의 불순한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도 "누가 (대통령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느냐"며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8일 정 총리의 사퇴 기자회견을 예정돼 있지 않고, 이 보도는 '오보'가 됐다.
연일 언론에 익명의 청와대 참모진들의 입을 통해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을 겨냥한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레임덕' 징후다.
민주당은 정 총리의 사퇴 시점을 둘러싼 여권 내 자중지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정말 들여다 보면 볼수록 여권의 기능이 마비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어이없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총리사퇴설까지 마사지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국민은 혼란스럽다. 야당 대변인도 혼란스럽다"며 "오늘 총리가 사퇴하는 줄 알고 사퇴에 대한 대변인 논평을 준비했는데 언제 이 논평을 써야 하나"고 비꼬았다.
우 대변인은 "국정운영의 컨트롤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건임을 다시 한번 통렬하게 지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왕수석이 비서실장보다 세고, 왕비서관이 수석보다 세고, 국무차관이 국무실장보다 센 것이 이명박 정권의 권력원리인가"라며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게이트와 더 큰 부정부패가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불거지면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여권의 난맥상에 대해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정부여당"이라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발본색원해야 대통령을 잘 모시는 길이고 국정혼란과 국기문란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실 영포게이트만 하더라도 작년 국회 국정감사 때 민주당에서 강하게 지적한 바가 있지만 정부여당에서 부인했다"며 "만약 이 대통령이 이런 것이 문제가 됐을 때 영포회를 해산하고 주의를 줬다고 하면 과연 이런 일이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청와대와 내각의) 인사개편을 앞두고 서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바로 권력투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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