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지난 두 정부는 민주당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해방 이후 5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고 10년을 집권했으나 민주당은 정권을 내줘야했다. 정권 교체라는 선택을 했던 국민들은 왜 10년 후 민주당을 버렸을까? 그리고 국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2012년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7일 "국민이 민주당에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날 민주당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정부 10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2년 뒤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민주정부는 중도개혁에서 더 나가기 어려운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며 "적어도 '진보적 자유주의' 수준의 노선은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한나라당이 우선권을 쥐고 있는 토건이나 안보 이슈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복지와 같은 삶의 문제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목표인 정권 탈환을 위해서는 지난 두 정부보다 한 걸음 더 왼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지향해야 진보정당들과 연대할 수 있는 틀도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총론 발제를 맡았던 박선숙 의원도 "민주당은 스스로의 노선 규정의 미흡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정체성이 모호하게 인식되고 있다"며 "당 정체성 표방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으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은 '진보의 노선을 강화하며 중도를 포괄하는' 방안"이라 주장했다.
"음습한 '빅 브라더'와 비교하니 민주정부 성과 새삼 각광"
정치·시민사회 분야 평가를 맡은 정해구 교수는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 10년 동안 국가의 민주화, 시민사회의 발전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며 "학점을 준다면 A+나 A0정도가 가능하다"고 후한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 두 정부에서 만들어낸 온라인 공론의 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촛불시위나 지난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 놓은 기반이 시민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민주화 성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그는 수평적인 당·정·청 관계와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4대 권력기구의 독립을 들었다. 그는 "실험적인 시도였는데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면서 다시 보니 그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국가는 시민을 뒤에서 감시하는 '빅 브라더'와 같은 음습한 것"이라며 "과거 민주정부가 벌인 실험의 의미가 다시 각광받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 교수는 "미흡했던 것은 정당의 발전"이라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발전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내부 문제에만 치중해 과도한 힘을 쏟았다"고 평가했다.
"10년의 한계,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가장 분명하게 표현"
정치시민사회, 경제정책, 사회정책, 통일외교안보로 나눠 진행된 지난 두 정부에 대한 평가는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인 지난해 7월 만들어진 '민주정부 10년 평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목표와 방향 등 총론은 옳았지만, 각론에서의 섬세함과 정책 대응에는 실기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종합 평가했다.
임 전 의장은 "특히 부동산, 비정규직, 사교육비 대책 등의 문제에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정치적으로 겸손하지 못했고, 국민과 하나 되는 노력도 치열하지 못했으며, 진영의 분열까지 초래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박선숙 의원도 "민주정부 10년의 정치적 한계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그 자체에 의해 단순하지만 가장 분명하게 표현된다"며 "최초로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17대 국회에서도 다수파가 되었으나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역량의 부족으로 지지기반인 서민층과 중산층의 요구를 정부의 정책으로 반영해 조직화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민주정부의 한계를 노출시킨 외부적 요인은 50년 간 강고하게 유지돼 온 기득권층인 수구·보수 세력의 반격이었고, 내부적 요인은 정치적 소수파였던 자체의 한계와 집권세력의 준비부족과 함의 분산"이라 규정했다. 즉, "정책도 부족했고 지지자들과의 소통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은 모두 민주정부 10년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느낄 것"
겸손함과 반성의 한켠에는 자부심과 억울함도 묻어났다. 박 의원은 "민주정부는 지난 10년 간 이룬 수많은 성과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집권기간 동안에는 국민들로부터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해 왔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을 겪으면서 민주정부에서 이룩된 각종 개혁 성과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정세균 대표도 축사를 통해 "민주정부 10년 동안 국민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공기나 물처럼 저절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 정권이 민주정부 10년을 폄훼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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