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해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었고, 우리는 동맹으로서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계속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중앙일보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으로 주최한 포럼에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더욱 강력해 질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여러 계기에 분명하게 밝힌 바 있듯이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며 "환경영향평가 실시는 국내적 적법 절차의 문제로서 사드 배치 결정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도입을 "전 정부의 결정이지만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강 장관이 사드 배치를 한미 동맹 차원의 결정으로 규정하며 약속 이행을 강조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한층 기울었다는 평가다.
앞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지난 16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했던 발언과 온도차가 상당히 크다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에 효율적인 무기 체계냐는 군사적 효용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한미일 MD(미사일 방어체계) 체계 편입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에도 강 장관이 사드 배치를 동맹 차원의 불가역적 약속으로 못을 박아놓은 셈이다.
강 장관은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오로지 올바른 여건 하에서만 추진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개는 우리가 추후 단계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다루는데 진전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미국과의 매우 긴밀한 공조 하에 추진할 문제"라고 했다.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으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역시 한층 높였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은 웜비어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면서 "우리는 웜비어 군에 대한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대우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한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인권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가치다. 모든 사람이 소중하며 주권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학대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과 교류는 제재·압박과 함께 병행해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과 교류는 정치적 고려와는 독립적이어야 하며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레짐의 틀 안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 등 현안과 대북 정책에서 미국 측의 기본 입장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메시지로 보인다.
사드 논란을 둘러싸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공식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미 의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배치 철회 수순밟기라는 의심이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드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언급할 경우 문 대통령은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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