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근 위원장은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국무총리실로부터 미행을 당하는 등 사찰 대상에 오른 이유에 대해 "지난해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한국노총 지도부와도 대립각을 세웠던 것 때문인 듯 하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총리실 직원으로부터 미행을 당하는 등 사찰을 받았다. 최근 김종익 씨가 개인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총리실이 불법 사찰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배 위원장도 김 씨와 마찬가지로 총리실의 불법사찰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5일 단독으로 배 씨가 총리실 관계자로부터 미행당한 일을 보도하자, 총리실은 이날 저녁 해명자료를 내면서 배 씨를 사찰한 사실 자체에 대해선 시인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노총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의 '기만적인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저지를 위한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배정근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연합뉴스 |
배 위원장은 "총리실의 해명은 자신들의 잘못은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공기업 직원이라는 내 신분을 들먹이며 나를 흠집내려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배 위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현재는 상급단체인 공공연맹의 위원장이다. 회사의 업무는 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일만 하는 것이 노사 합의로 인정된, 노조 전임자인 것이다.
배 위원장은 "전임자인 내가 하는 일을 공단이 관리·감독하는 것도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개입"이라며 "더욱이 총리실의 말대로라면 노동조합 간부들은 모두 정부의 관리 아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면서 파문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야당들은 피해자가 더 확인된 만큼 총리실 민간인 사찰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여당과 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MB정부의 총리실은 나치 시대의 '게쉬타포'인가"
민주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금융하청업체 대표 김종익 씨에 이어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국노총의 간부까지 사찰한 것을 보면, 총리실이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불법 사찰을 한 것"이라며 "'사찰공화국'의 실체를 벗기는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예상됐던 바이지만 충격적"이라며 "사정기관도 수사기관도 아닌 총리실이 정권 보위를 위한 '비밀 경찰'이 되어 노동조합 간부를 비롯한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는 것으로 나치 시대의 '게쉬타포'를 연상케 하는 전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당대표 라디오 언설을 통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특검이나 국정조사 등 이 사건은 반드시 국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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