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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한달 마크롱 정부, 장관 사퇴·검찰 칼끝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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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한달 마크롱 정부, 장관 사퇴·검찰 칼끝에 휘청

의회 장악한 정치혁명 세력 맞나?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18일 압승을 거둔 총선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겨눠졌다. 프랑스 검찰은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당 정부 재무장관 시절 비리 의혹에 대해 관련업체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특정 기업에 부당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업체 및 정부 산하기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굴라르 국방장관. 취임 한 달만에 대통령은 자신이 관련된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국방장관 등 두 명의 장관이 사퇴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AP=연합

장관들 임명 한 달만에 사퇴 속출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파리 검찰청 산하 경제범죄수사본부(OCLCIFF)가 20일(현지시간) 홍보 대행사 아바스와 경제부 산하기관 '비즈니스프랑스' 사무실을 동시에 급습해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자국 기업의 해외활동을 지원하는 비즈니스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장관이었던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CES) 행사에 참여하는 프랑스 기업들의 홍보업무를 경쟁입찰 없이 아바스에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취임한 지 한달을 갓 지난 대통령으로 지난 18일 총선 결과 0석의 신당을 이끌며 의회의 60% 의석을 확보한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검찰이 칼을 겨눈 것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마크롱 정부의 앞날이 험난할 것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라고 전했다.

이미 검찰의 수사는 마크롱 내각을 흔들고 있다. 두 명의 장관이 비리 의혹으로 취임 한달만에 사퇴했다.

제5공화국의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실비아 굴라르 국방장관은 유럽의회 보좌관을 허위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0일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마크롱 신당 사무총장으로 '대선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리샤르 페랑 영토통합부 장관도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장관직에서 사퇴한 페랑을 즉각 여당의 원내대표 자리를 맡길 만큼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이지만,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페랑은 지방건강보험기금 기관장 시절 부인의 건물을 임차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아직 사퇴는 하지 않았지만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도 위태롭다. 그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비즈니스프랑스의 대표였다.

마크롱 정부가 대통령의 인기와 의회 압도적 다수당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공약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마크롱 신당은 중도 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중도우파라는 공화당보다 우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만큼 마크롱의 대표적인 정책들은 우파색이 짙다.

마크롱 대통령의 대표 공약은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이다. 이 정책에는 임금과 노동시간 등 근로조건 협상권을 개별 기업에 돌려주는 노조 무력화 등, 노동계가 탄압으로 여길만한 방안도 있다. 마크롱 정부는 이런 정책을 의회 입법도 아니고 대통령 명령 형태로 편법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테러 대응을 위해 시민권을 더욱 제한하자는 경찰력 강화 법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경찰이 영장 없이 수색, 가택연금, 전자팔찌 착용, 컴퓨터·휴대전화 비밀번호 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정책들은 노동계에서 노동개악이라고 이미 낙인찍혀 있고, 경찰권 강화법은 시민사회에서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마크롱 정부가 대통령의 인기와 의회의 압도적 다수당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정책 실현이 순조로울 것이라고는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도좌파라는 전 정부인 사회당이 29석이라는 궤멸수준으로 참패하고, 공화당도 113석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마크롱의 정책을 의회에서 견제할 세력은 미약하다.

반면 지난 18일 총선 2차 투표 결과 분노하는 프랑스라는 뜻을 가진 극좌 신당 앵수미즈는 0석에서 17석을 확보하며 원내교섭단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15석를 넘겼다.

이 당을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위에 그쳐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했지만, 당의 총선 결과는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과 맞붙었던 마리 르펜의 극우정당 국민전선보다 성적이 좋았다. 국민전선은 2석에서 8석으로 6석 늘리는데 그쳤다.

멜랑숑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기권한 것을 지적하면서 "국민이 정치에 대해 집단 총파업을 한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마크롱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마크롱 정부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프랑스 노동계가 길거리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노조 세력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주요 노조들은 이미 총선 결선투표 바로 다을날 대규모 집회를 파리 시내에서 개최하는 등 마크롱 정부와 일전을 불사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멜랑숑은 "과반수 유권자가 기권해 유권자 전체 대비로 15%에 불과한 득표를 한 마크롱 신당은 노동법을 파괴할 정당성이 없다"면서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이 노동개혁안과 더불어 공을 들이고 있는 경찰권 개혁법안도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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