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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살자고 풀과 싸웠지만, 승자는…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1> 풀과 싸우다

지난 2008~2009년, <프레시안>에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살아보니' 등을 연재했던 김영희 씨가 지난 2011년 전라남도 곡성군에 터를 잡았다. 덴마크 사회를 흥미롭게 소개했던 김 씨의 귀촌 생활기를 연재한다.

겉만 완성된 집을 덩그라니 세워놓고 다른데 들여다보느라 두 달 남짓 만에야 다시 온 두계마을. 이제 계절은 여름이다. 3월 말 영하의 기온에서 벽체 마감이 늦어지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무성하다.

예상대로 쑥쑥 자란 풀들이 마당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하기야 땅의 원래 주인은 풀이다. 사실 나는 이번에 내려오면서 은근히 겁이 났다. 보나마나 풀들과 싸워야 할 텐데 어떡 허나. 그래서 인터넷에서 보고 거금을 투자해서 주문한 수동식 '풀밀어'만 단단히 믿고 왔다. 나의 유일한 무기였다. 이것으로 풀을 제압하리라.


그런데 어렵사리 택배로 받은 이 무기를 끙끙대며 조립해서 풀을 밀어보니, 풀들이 꿈쩍도 않는다. 팔만 아프다. 풀들이 코웃음 치고 있다.

할 수 없이 읍내 철물점에 가서 낫과 호미를 사왔다. 차라리 이 재래식 무기가 낫겠다.

남편이 낫을 휘두르자 풀이 쓰러진다. 참, 사람이라는 것이 별것 아니다. 나 살겠다고 풀과 싸우는 존재다. 잠시 져주는 풀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풀이다. 흰 꽃이 한창인 개망초를 사정없이 베지만, 속으로는 미안하고 아깝다. 이것이 다 생명인데. 하지만 여기다 콩을 심어야 한다. 가을에 그 콩으로 울엄마랑 메주를 쑤어야 한다. 그러니 어쩔 것이냐.

풀을 베고 나자 흙이 보인다. 밭을 만들려고 한 삽 한 삽 흙을 판다. 아랫집 김 씨한테 부탁해서 경운기로 로타리를 치면 편하다고 하는데, 우리도 참 못 말린다. 기어코 손으로….


▲ ⓒ김영희
▲ ⓒ김영희

▲ ⓒ김영희

▲ ⓒ김영희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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