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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현복 광양시장님 정말 공약 90%나 이루신 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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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자수첩] 정현복 광양시장님 정말 공약 90%나 이루신 거 맞습니까?

팩트체크 결과 ‘오바마라 광양시’였습니다만...

광양시청에서 보도자료가 왔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십수 개씩 보내오는 광양시의 보도자료 중 유난히 눈에 띠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그 제목을 보는 순간 곧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하는 거부감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공약이행률 90%라며 대대적으로 정현복시장님의 성과를 알려온 것입니다.


광양시가 그날 추가로 보내준 보도자료의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광양시, 시민의 약속인 모든 공약과 건의사항 반드시 이행한다’ 그리고 ‘공약사항 140건 중 완료 80건, 추진 46건 이행률 90%’ 라는 부제가 제목 밑에 딸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기자는 이 보도자료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정현복시장님의 공약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1,1,1’입니다.

즉, ‘1’조 예산, ‘1’만개 일자리, ‘1’원 월급 말입니다. 이거 지키신 거 맞나? 정현복시장님께 묻고 싶었습니다.

질문 1. 정시장님 광양시 예산 1조원 도달하셨나요?

(15년도 예산 6306억원, 16년도 예산 7505억원, 17년도(현재) 예산 7575억원으로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인근 지자체인 순천시 예산도 15년 8670억, 16년 9044억, 17년 8555억(추경 후 지난해 이상 예상) 으로 꾸준히 늘었고 하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됐다는 인구 4만 3천의 신안군 예산도 15년 4889억, 16년 5629억, 17년 5112억 (추경 후 지난해 예산 돌파 예상)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별일 없으면 예산은 어느 지자체를 막론하고 매년 늘어난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이 점은 참조해야겠습니다. 이에 광양시 관계자는 시 예산규모는 인구 수 20~25만 도시에 견주는 수준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그걸 물은 게 아닙니다. 공약을 이뤘는가 이루지 못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타 도시와 비교해서 썩 괜찮다는 자평을 할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1조예산은 공약으로써 요즘 애들 하는 말로 ‘1도 의미 없었다’는 소리에 그치지 않다가 결론인 것입니다.)

질문 2. 정시장님 1만개 일자리 만드셨나요?

(여기에 대한 광양시의 답변은 일반시민 및 언론들의 기준과 광양시의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체감 상 차이가 날수가 있음을 먼저 전제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이상 상시근무자를 기준으로 6월 16일 현재 1만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재 중복된 거 빼고 있다면서 올 1분기까지의 자료라도 달라는 요청에 지금 정리중인 자료가 완성되는 즉시 보도자료로 뿌리겠다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때 가서 이 부분은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상세히 말입니다.)

질문 3. 정시장님 월급 1원 받고 계신가요?

(이건 정시장이 연금법 개정을 이유로 들며 지난 2016년 1월, 취임 1년 6개월 만에 스스로 파기한 공약입니다. 시청관계자는 상황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공약파기가 아니라 공약변경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본 기자가 파기와 변경에 대해 사전까지 찾아보며 그 뜻을 다시 공부했지만 이럴 땐 파기란 표현이 백번 맞는 표현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선거 당시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공약으로 평가받던 1원 월급은 결국 선거용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공약파기당시 언론의 집중 비난을 받은 바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 드립니다. 즉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의 차이로 봐야할 문제로 결국 정시장님이 못지킨겁니다. 참고로 정시장님의 연봉은 9465만원으로 이번달엔 세금 등 각종 공제내역을 뺀 591만원을 수령했다고 광양시가 밝혔습니다)

그럼 대체 광양시는 무슨 자신감이 들어 공약을 90%나 지켰다고 대대적으로 떠들 수 있었을까요. 보내준 보도자료문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광양시가 굉장히 세부적으로 예를 들어준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린이 보육재단 설립, 중마·금호해상공원, 익신일반산업단지 조성 등 80건이며, 정상추진 사업으로는 예산 1조원 달성, 금강아파트~성황지구 도시계획도로 개설 등 46건으로 사업비 확보, 행정절차 이행 등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장기추진 사업 14건 중 남해고속도로 선형 개량, 동서통합대교 등 8건은 중앙 정부, 전남도, 민자 사업으로 임기 내 목표 달성이 다소 어려운 만큼 관련 기관 등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진짜 저걸 다 선거 때 공약이라고 한 거 맞아? 보육재단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생소하기도 했고 또 의구심이 들어 광양시에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서 당시 발표하신 공약을 일부러 찾아보았습니다. 매니페스토 홈페이지에 가서도 찾아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렇게 구체적으로 공약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다음은 광양시청 직원의 답변입니다.

“시장 당선 후 정책이행 TF를 꾸렸고 거기서 정책별로 세분화해서 정리를 한 것이 140개 안건이다. 그걸 기준으로 이행률 90%의 보도자료를 뿌린 거다”

TF팀이 작성했다는 자료를 올립니다.


과연 이 자료는 정시장님의 공약을 기준으로 해서 작성된 것일까요. 정시장님 이전 이성웅 전 시장님 임기였던 시기 광양시 정책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었거나 준비 중인 정책들은 아니었을까요. 시청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당부분 겹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민선5기, 민선6기를 따로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행정의 연속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시청이 존재하는 한, 공무원이 있는 한 마땅히 추진돼야할 일들은 시장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다만 그것들이 왜 정시장의 업적으로 정현복시장님의 공약으로 둔갑(?)됐냔 말인지 그것이 의문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자료를 들여다보신 분들은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이행했다는 공약들과 파기됐거나 중장기정책으로 구분해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정책들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시장이 누구였어도 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일 즉 시청본연의 업무들은 완료된 정책에 대부분 포함되어있었고 시장님이 지난 선거 후보시절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공약들 나름 광양을 위한 혁신적인 정책들은 파기 혹은 시청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중장기계획으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눈에 띠는 몇 가지만 골라보자면

▲ 포항공대 광양캠퍼스 유치 ▲대학병원 유치 ▲어린이 전문병원 유치 ▲장수노인수당 2배 ▲광양읍권 인구 10만 늘리기 ▲국제중, 국제고 유치 ▲우량기업 153개 이상 유치 ▲고부가가치 신소재 철강산업 유치 ▲시장급여1원만 받고 보육재단 기부 ▲국제여객터미널 건립 등으로, 이중 몇 개라도 이뤄졌다면 광양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을 것 같았습니다. 공약을 이행했다고 떠들 거였다면, 그것도 90%나 이뤘다고 말할 거였다면 최소한 위에 있는 저 공약들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해야 할 말이 아니었을까... 깊은 한숨이 섞여 나오는 건 기자뿐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요즘 언론이 즐겨 쓰는 단어인 ‘팩트체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론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대표 공약은 현재 이루지 못했거나 파기했고 90% 이뤘다고 한 부분 역시 한마디로 ‘오바했다 광양시! 엥간히 해라 광양시!’” 딱 이거였습니다.

정현복시장님 끝으로 한 번 더 묻습니다. 진짜 공약을 90%나 지키신 거 맞습니까?
중마동에 거주하는 L모씨께서 하신 말씀에 귀를 기울여주시면 어떨까요.


L씨께서는 “박근혜도 지가 공약을 90%나 이뤘다고 못할 텐데 광양시가 공약 90%를 이뤘다고 떠들다니 참 한심스럽다. 정말 공약이 90%나 이뤄졌다면 광양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1위가 됐을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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