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을 찾았다. 이날 열린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기록관은 저 자신의 기록관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쟁취되고 어떻게 뿌리내리게 되었는가를 증언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기록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정부 수립에 버금가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일대 사건이었다"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마침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은 군사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의 열망을 담아 남긴 유명한 문구다.
YS "국가를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김 전 대통령은 "저는 동지여러분과 함께 제 손으로 문민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지방자치를 전면 실시함으로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했고, 이 땅에서 군사정치 문화의 어두운 구름을 말끔하게 걷어냈다"고 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국민을 괴롭혀 왔던 군사독재의 상징인 하나회를 전격 청산했다"며 "우여곡절은 있지만 역사는 언제나 정의롭게 흐른다는 것이 제 일생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누가 가져다주거나 저절로 이룩되지 않는다"며 "오직 깨어 있는 국민만이 자신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시대의 투쟁 방식은 달라야 한다, 절제가 있어야 하고 공동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시민들도 투쟁하고 요구하기에 앞서 국가를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산업화로 대한민국은 당당하게 세계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며 "올 가을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바로 그 문턱이다, 저는 그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우리의 눈은 미래를 향하되 우리는 또한 오늘을 있게 한 그 뿌리를 잊어선 안 된다"며 "우리 모두 한국 민주주의의 새벽이 어떻게 왔는지 잊지 말자"고 덧붙였다.
MB "그늘진 곳을 돌보는 한 단계 높은 선진화를"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곳 대계마을에 40가구가 있었는데 대통령이 나왔으니 세계에서 유일한 동네"라면서 "대계라고 해서 게가 큰가 했더니, 닭이 크다는 것(大鷄)이라고 한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이야기할 때 닭 목을 비튼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를 다니면 세계의 사람이 우리를 우리보다 더 평가한다"며 "전쟁 60년 만에 그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에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 이런 나라는 역사에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잘 살게만 됐느냐, 우리는 동시에 민주화를 이뤘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를 어떻게 이뤘느냐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한단계 높은 민주화, 한단계 높은 산업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잘 살기 위해서 빠르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늘진 곳이 많이 있다"며 "한 단계 높은 선진화를 시켜서 빠른 속도로 걸어오는 동안에 앞을, 옆을, 이웃을 돌보지 않았던 것을 돌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청와대가 다시 '친(親)서민-중도실용'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경상남도 김두관 당선자나 거제시장 당선자도 이 기록관을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김수환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박형준 정무수석를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김태호 경남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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