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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과 박근혜의 이례적 엇박자,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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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과 박근혜의 이례적 엇박자, 도대체 왜?

[분석]"나서달라"…"못 나간다" 실랑이의 이면

익히 알려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단문(短文) 정치가 흔들리는 것일까? 거듭된 전당대회 불출마 언급에도 불구하고 친박·친이계 일부의 요청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기자들에게 전대 불출마를 공언한 바 있는 박 전 대표는 16일 저녁 친박계 초선 의원들과 만찬 자리에서도 "국민에게 면목이 없어 당 대표에 못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7일 오전의 초선쇄신모임에서는 친박은 물론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전 대표가 당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친박 재선인 유기준 의원은 개인 성명을 통해 "당 대표를 맡을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여건은 스스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직접 단속'에도 아랑곳 없는 듯 한 모습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로 불편해진다" vs "그래도 나서달라"

▲ ⓒ청와대

16일 만찬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당정분리를 하도록 돼있지만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고 약속도 되지 않은 상황에선 당 대표'를 맡아도 대통령이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고 내가 할 역할도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비교적 명확히 견해를 밝혔던 사례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 △미디어법 △세종시 수정안 등을 꼽으며 "지금 당 대표를 맡으면 정책에 대해 다른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계파 다툼이 다시 벌어지는 것으로 비칠 것 같다"고도 말했다는 것.

박 전 대표가 당권을 거머질 경우 박희태 전 대표나 정몽준 전 대표 때와는 상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아지고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의 구심력은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같은 경우 청와대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박근혜 줄서기->레임덕'을 막아서야 한다. 결국 강 대 강의 충돌이 벌어질 것이 뻔하고, 그럴 바에야 당권에서 비켜서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그래도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박 이종혁 의원은 이날 오전 초선쇄신 모임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주문은 소통과 화해"라며 "어떤 정치적 수사와 방향을 내놓아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진정성 있는 국정의 동반자 관계의 정립과 회복이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이직계인 권영진 의원도 "박근혜 역할론은 우리 한나라당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데 절박한 문제"라며 "당 중심, 수평적 당청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박 대표가 실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인 배영식, 박영아 의원 등도 "이번에 박 전 대표가 출마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친이 분화'가 실감나는 대목인 것.

친박계인 이진복 의원은 "당정을 분리하겠다고 해 놓고 사실상 이제까지 안 된 것"이라면서 "청와대에 앞으로 당을 종속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박근혜 대표가 이번 전대에 출마하고 안하고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정리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나왔을 때도 마치 계파싸움 하듯이 했던 것처럼 당청과 당정 분리가 제대로 안되면 앞으로 이런 문제는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원론적 입장과 가장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이제까진 당을 종속시켰는데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는 선언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방선거가 친박에 던진 불안감…"기회가 많지 않다"

일단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 본인 입으로 (전대 불출마를) 두 번이나 말했다.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분위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홍사덕 의원이 "계속 설득하겠다"고 공언했고 친박 재선인 유기준 의원은 "현 정권이 국정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동반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출마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견해가 있지만 당 대표를 맡더라도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국회 본래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의원은 "내가 실명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상황은 아니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앞으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당을 휘해 일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계속 '전대 출마'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은 하는 '당 우위'의 구도를 잡았으면 좋겠다"면서 "이번이 기회라고 본다. 앞으로 정치일정상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으면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고민은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이번에 한나라당은 2, 30대의 변화된 정서에 전혀 공명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한나라당스러움이 문제'라는 자기부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다. 그런데 '박근혜 리더십'은 '이명박 리더십'보다 오히려 더 '한나라당스럽'지 않은가? 청와대 발 '세대교체론'은 이 지점을 파고들 수 있다. 박 전 대표에게 주어질 기회가 정말 많지 않을 수 있다.

"붉은 한나라당을 두려워하지 말자"면서 백가쟁명식으로 터져나왔던 한나라당 쇄신론은 '물리적 세대교체'와 '박근혜 중심론 강화'라는 상반된 두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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