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연세대 특임명예교수)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6일(현지시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국 배치와 관련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
방미 중인 문 특보는 이날 오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온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발언은 사드 배치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며, 대통령 특보 자격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특보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행위 중단시 전진 배치가 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할 필요는 없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전진배치가 된 전략무기를 하향 조정해 그 이전처럼 하면 위기가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지난 4월 종료된 독수리훈련을 예로 들어 "훈련이 끝나면 핵 추진 항모전단 칼빈슨함이 떠나야 하는데 5월까지 있지 않았냐"면서 "한반도가 더 안정되게 하려면 불필요하게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 프로그램 동결시 전략자산 축소' 제안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면서도 "그래도 시도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는 29~30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자산 축소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특보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이고,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지만 '니치'(틈)를 찾아 대화하고 관여한다는 입장이어서 다소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을 놀라게 할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인 미국의 입장과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 안 한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느냐.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해야 한다"며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우리가 남북대화를 하는데 북미대화의 조건과 맞출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맹은 국익에 따라 협의하는 것인데, 우리가 미국과 싱크로나이즈드(동조화)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그러나 "대화가 시작된 이후 북한은 핵 실험과 최소한 중장거리 규모 이상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특보는 워싱턴 방문 기간 미 의회 인사 등과 면담한 결과,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건 이후 미국이 북한에 더욱 적대적이 된 것 같다고 미 조야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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