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흘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2차 연차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아시아 대륙 극동 쪽 종착역에 한반도가 있다"면서 "끊겨진 경의선 철도가 치유되지 않은 한반도의 현실이다.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 데뷔전 격인 이번 행사에서 남북 철도 연결 추진을 시사하며 일대일로 구상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중국의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문 대통령이 중국에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AIIB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은행(WB) 등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금융질서에 새 판을 짜겠다는 목적으로 중국이 주도해 출범한 다자 개발은행이다. 특히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을 뒷받침하는 금융 전진기지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국제금융 지배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2016년 1월 공식 출범한 이래 1년 만에 회원국을 77개국으로 늘려 50년 역사의 미국과 일본 중심의 ADB(아시아개발은행) 회원국 수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박근혜 정부 때 미국의 눈총 속에 AIIB에 가입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부총재로 선임되기도 했지만, 대우조선 구조조정관련 설화로 그가 취임 넉 달 만에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져 신흥 국제금융 질서에서 주도권을 쥘 기회를 걷어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인류는 정치, 안보,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저는 아시아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번 연차총회의 주제가 '지속가능한 인프라'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향후 20년간 아시아 개도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1조 7천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높은 인프라 투자 수요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각 국의 재정여력을 감안할 때, 아시아지역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AIIB는 그 의미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IIB가 추구하는 인프라 투자방향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성장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면서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위한 국제 공조에 동참 의지를 밝히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전체 전력의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탈 원전국가로 나아가려 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사용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가 적었던 청년,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첫 번째 대규모 국제기구 행사인 이번 AIIB 연차총회에는 중국, 인도 재무장관 등 77개국 2000여 명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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