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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영국판 세월호 참사 "불 나면 가만 있으라"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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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영국판 세월호 참사 "불 나면 가만 있으라" 지침

런던 가난한 이민자 아파트는 '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방관 29년째 복무하면서 이런 규모의 화재는 겪어 본 적이 없다."

14일(현지시간) 새벽 1시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의 한 공공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에 대해 대니 코튼 런던소방청장이 한 말이다. 15일 오후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2명이다.

그러나 런던 경찰청은 실종자와 부상자 수가 많아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병원에 이송된 74명의 부상자 중 생명이 위태로운 18명을 비롯해 34명은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시 당국 등의 실종자 공식 집계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입주민이 600~8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사망자 수는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실종 상태인 입주민 중 대부분이 사망자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런던 시민들은 올해 들어 3차례나 테러 공격이 잇따랐던 이곳에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끔찍한 아파트 화재까지 발생하자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다.


▲ 14일 순식간에 전소된 런던 그렌펠타워 아파트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AP=연합

싸구려 외벽장식 공사에 그친 리모델링의 비극

화재가 난 건물은 120가구가 사는 24층짜리 공공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로 에트리아, 필리핀, 소말리아, 수단 등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곳이다. 이번 화재 참사는 이들이 사는 공간이 사회적으로 무시되면서 벌어진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도 거세다.

1974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난해 5월까지 2년에 걸친 리모델링을 했지만, 여전히 화재에 취약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탈출하기도 어렵게 설계돼 화재에 취약하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4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24층 꼭대기까지 화염이 타고 올라간 현상에 대해 리모델링 공사 당시 가장 싼 자재를 낙찰해 외벽 장식 시공을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1000만 파운드(약 143억 원)를 들인 리모델링 공사의 일환으로 외벽에 붙인 알루미늄 장식재를, 맹렬한 속도로 화염이 상승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 방송도 알루미늄 철판과 폴리에틸렌 혹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외벽장식재는 프랑스·아랍에미리트·호주 등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때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고 지적했다.

그렌펠타워 입주자들은 아파트 소유주인 구청과 관리회사에게 이 아파트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무시당했다고 분노를 떠트리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자동 소화기 시스템이 없고, 화재에 대비해 건물 바깥에 계단을 설치하는 등 비상용 출입로도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회사는 리모델링으로 화재 대응이 강화돼 각 가정에서 문을 꼭 닫고 30분 정도는 버틸 수 있게 됐다면서 '불이 나면 집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전 수칙을 공문으로 전달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는 '영국판 세월호 참사'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 아파트에 대해 "참사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라거나 '죽음의 덫'이란 표현으로 예고된 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집권 보수당의 과반 의석수를 상실한 참패를 자초한 조기 총선으로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테레사 메이 총리는 화재 신고로부터 10여 시간이 지나서야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적절한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역시 무능 정부'라는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런던 아파트 화재에 놀란 국민안전처는 15일 국내 고층 건축물에 대한 특별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고 발표했다. 안전처는 우선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3266곳의 화재 예방을 위해 안전 분야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안전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점검은 소방시설과 피난·방화설비, 건축 외장재, 가스·전기설비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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