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사과를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5.18 광주항쟁 당시 사형판결을 받은 버스기사 배용주 씨의 두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배 씨 역시 그런 김 후보자의 두 손을 잡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1979년 군 법무관으로 입대한 김 후보자는 군사재판에서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시민군이 탄 버스를 운전해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배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배 씨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배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심적으로 괴롭다"며 "옛날 생각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며 당일까지도 출석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배 씨 "화해 쪽으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배 씨는 자신의 사형 선고 재판에 김 후보자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두고 "이번(헌법재판소장 내정 발표)에 알게 됐다"며 "당시 재판에서는 (무서워서)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두 다 용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배 씨는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렇게 좋은 자리에 가는 데 내 인생은 뭔가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사실인지를 묻자 배 씨는 "그런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세월도 흐르고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화해 쪽으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씨는 또한, 5.18 광주항쟁의 진상규명을 두고도 "진상규명이 충분하다 아니다 그런 것을 떠나 이제는 세월이 흘렀으니 (광주항쟁을) 참작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다시 안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채익 "후보자 지명 안 됐으면 사과할 사람 아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5.18 판결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총대는 이채익 의원이 졌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배 씨에게 사죄를 했냐"며 "37년 동안 사과를 한 마디 안 했다. 후보자는 이번에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되지 않았으면 영원히 사과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소 황당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에서 언급된 '행동하는 양심'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자신이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그런데 후보자는 승승자구, 탄탄대로인 권력의 길을 좇았다. 소수자 권익을 얘기하지만, 5.18 엄혹한 시기에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했냐"며 김 후보자를 공격했다.
고문 당하지 않았는데 구속한 것은 문제?
이 의원은 주어진 발언이 끝난 이후에도 "사형 선고가 그 당시 실정법 때문이라고 하는데, 김이수 후보자는 물고문이나 고문을 받은 적이 있냐"고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김 후보자가 "고문 받은 적 없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곧바로 "그러면 무엇 때문에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하느냐. 자기변명 아닌가"라고 따져 물으며 "만약 고문을 당했기에 판사로서 올바르게 판단을 못했다면 이해하겠지만 전혀 고문이나 강압도 받은 적 없음에도 선량한 양민을 실정법 위반으로 구속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여당이) 그토록 5·18 정신을 얘기하면서 5·18 정신과 정면 배치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것은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하고, 이것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5.18 단체 인사와 교수에게 "어용 교수, 어용 NGO"라는 비판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청문회 정회시간 동안 김 후보자와 참고인들에게 "자신들이 야당을 할 때는 특정업무경비 하나로 헌재 소장 후보자를 낙마시켰다"며 "오늘 대한민국 TV와 신문을 다 봐라. 중립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되나. 전부 다 대한민국의 어용 교수, 어용 NGO 단체"라고 주장했다.
이후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의원은 "포괄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제 뜻은 특정 5·18단체를 지목해서 어용단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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