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공원 일대가 '국제무역항'으로 지정됐다. 이는 4대강 사업과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대운하 부활 신호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열어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 한강공원 둔치 3540㎡와 한강수역 36만7250㎡ 등 총 37만790㎡(11만여평)를 무역항만 부지로 지정하는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항구 시설은 국회 옆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사이의 여의도 둔치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무역항으로 지정되면 항만법에 따라 화물선 운항이 가능해진다. '서울항'에는 최대 6500톤 급 배가 들어올 수 있으며 수심은 6.3m로 관리된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결국 대운하 사업의 전초전이 한강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만 원 주고 3시간 들여 인천에 배 타고 간다고?"
여의도에 항구가 생기려면 경인운하 건설은 필수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1월 경인운하 추진을 발표하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시장은 이를 지원키 위한 한강운하의 신속한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5000톤 이상 선박이 한강 운항을 가능케 하기 위한 양화대교 철거안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마포대교 남단에서 야당 서울시장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여의도 국제무역항 지정확정은 한반도 대운하의 전면 추진을 공표하고 국민적 저항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강운하계획에 따른 예산이 2252억원에서 4100억원까지 보고서마다 다르고, 전철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인천까지 2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내고 3시간 동안 배를 이용할 승객이 하루 7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수요추정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축가 출신의 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31일 논평을 통해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내륙 국제무역항 지정이며 한반도 대운하의 핵심이었던 강에 화물선을 띄우겠다는 계획을 뒷받침하는 첫 번째 내륙항구 지정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무역항 지정으로 대통령의 대운하 추진 중단 발언이 결국 국민적 반대를 모면하기 위한 속임수였음이 드러났다"며 "결국 대통령의 대운하 집착이 법과 절차는 물론 최소한의 안전성 검증마저 거부하고 강행되는 4대강 파괴사업과 폭력적인 속도전의 원인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마곡지구 개발 계획에 배가 다니는 콘크리트 호수 '워터프론트'가 추가돼 1조 4524억 원의 사업비가 증가했고 수천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 한강을 준설하고, 안양천, 중랑천 등 지천까지 배가 드나들게 만들겠다는 서울시정은 복지에 미친 시정이 아닌 운하에 미친 4년 이었다"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에 발표된 '여의도 항만' 계획은 그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슈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협약' 맺었던 오세훈, 김문수, 안상수
나란히 재선과 삼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김문수,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는 지난 해 2월 공동지가회견을 열고 `경인운하 연계사업의 상호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세 사람은 입을 모아 경인운하-한강주운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당시 김문수 지사는 "경인운하는 개성까지 연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오세훈 시장도 "남북관계 완화, 경협 등 이 진행되면서 (한강) 하구 쪽 뱃길도 열릴 것이라고 본다"고 맞장구 쳤었다.
이명박 정부 내에서 북과 합의 도출은 난망한 상황이다. 어쨌든 이들 세 사람이 또 다시 함께 당선되면 한강을 거슬러온 대형 선박이 '여의도 국제항만'에 접안하는 풍경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뒤집어 말하면 수도권에 야당 광역단체장이 당선될 경우 한강에 배 들어오기는 쉽지 않아진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 측은 "여의도는 무역항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종현 언론특보는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무역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제관광 여객항이다"면서 "항만법상 항구는 연안항과 무역항 두 가지가 있는데 서울시가 허가 받는 과정에서 무역항으로 분류된 것이지 실제 컨테이너가 들어오는 무역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에 컨테이너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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