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가장 오래된 화석이 모로코에서 발견됐다. 이 화석은 약 3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가 남긴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호주 그리피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그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번성했다고 추정해왔는데 이보다 10만 년 앞서 북부 아프리카에서 살았음을 새로 밝혔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은 모로코 서부의 해안도시 사피(safi)에서 남동쪽으로 55km 떨어진 곳에 있는 제벨 이르후드(Jebel Irhoud)에서 적어도 5명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뼈와 치아 등이 굳어진 화석을 발견했다. 제벨 이르후드는 1960년대부터 고대 인류와 관련 유물들이 발굴된 유적지다.
화석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28만∼35만 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에는 방사성 물질이 극미량 들어있는데, 이 물질의 방사능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다.
아울러 30만 년 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르발루아(Levallois) 석기들도 화석과 함께 발견됐다. 르발루아 석기는 미리 다듬은 몸돌을 타격해 떨어진 파편을 이용한 것인데, 이 방법을 쓰면 날카롭고 작은 도구도 제작이 가능하다.
지금껏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만5천 년 전 화석으로,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 에티오피아에서는 16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도 발견됐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현생인류가 약 20만 년 전 에티오피아 등 동부 아프리카에서 살았으며, 우리는 이들의 후손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이보다 10만 년 앞선 뼈 화석이, 동부가 아닌 북부 아프리카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30만 년 전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식사 메뉴'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화석이 나온 퇴적층에서 이들이 사냥했던 동물의 뼈 화석 수백 개가 발굴된 것이다. 가장 흔한 종은 가젤이었고 얼룩말, 버펄로 등의 뼈 화석도 있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