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심상정 끝내 눈물…"이번만큼 힘든 적 없었다"

당원들 반발에도…"평당원으로 가감없는 토론 나서겠다"

'철의 여인' 심상정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한 심상정 전 의원은 30일 오후 예정시간 보다 세 시간 여를 넘어 국회 기자실에서 이미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심 전 의원은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다 수 차례 목이 메었고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심 전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직후 "제 눈물은 진보신당을 서울의 노회찬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경기도에서 유시민 후보를 당선시켜달라는 눈물이다"고 말했다.

심 전 의원은 회견문 낭독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시민 후보 지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둘이서 하나가 되는 것이 단일화라고 한다면 단일화라는 단어가 적당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저에게 깊은 애정을 보내주셨던 당원들의 비판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과 단일화 압박 때문은 아니다"

심 전 의원은 국회 기자실을 찾기 직전 당 홈페이지에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지금 울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면서 "30년 진보운동을 해오면서 이번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지지율이나 단일화 압박에 대해선 "그런 걸 견디는 데는 그래도 이골이 난 사람이다"고 말했다.

심 전 의원은 "이번 선거 전 과정에 걸쳐 당과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하여 부족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퇴 결정 역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을 다하고 마지막으로 진보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되돌이켜 볼 때 저는 '상황'을 주도해내기 보다 상황에 추종한 측면이 많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처럼 책임있는 결정이 초래하는 긴장과 혼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면서 "저는 이런 리더십의 한계가 곧 현재의 진보신당의 안타까운 모습에도 깊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제 스스로 이런 비겁함을 용납할 수 없어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당도 일정 부분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는 "오늘 저는 진보정치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면서 "제가 확신하고 있는 진보정치의 길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한다. 진보정치를 감싸고 있는 협소함과 관성을 넘는 몸짓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완주여부만이 선악의 기준이라는 건 협소한 접근"

그는 "패배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선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분명해진 이번 선거의 결과를 놓고, 또 선거 이후 진보진영 재편이라는 과제를 염두에 둘 때, 경기라는 특수 상황 조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당에 기여할 수 있는 방도인가,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자랑스런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이후'를 내다본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에 예상되는데 대해서도 "완주 여부만이 선악의 기준으로 다루어지는 건 지나치게 협소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마치 우리당의 유일한 선거전략이 '16개 광역시도 전원출마'였던 것처럼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우리당은 적어도 그 이상의 치열한 고민과 책임지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미래가 있다"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심 전 의원은 "오늘로서 이제 더 이상 진보신당의 전 대표 심상정은 지워달라"면서 "선거 후 평가와 진보정치의 진로에 대해 가감 없이 의제를 제기하고 토론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에 대한 진보신당 게시판의 반응은 아직까진 부정적인 편이다. 심 전 의원은 "당원들의 (나쁜)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심 전 의원은 진보신당에 화두를 던졌다. 그의 이날 결단이 단순한 '비판적 지지' 이상의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