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현미 내정자는 30일 "서민·청년을 위한 주거 문제 해소, 도시 재생을 통한 삶의 질 제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교통 체계 개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미래형 신산업 육성 등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지명 발표가 이루어진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이같이 밝히고 주요 국토부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재감사할 것을 지시했는데 어떻게 조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만약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일을 한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월세 가격 급등 문제와과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로 발생한 막대한 가계 부채 문제,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구체화된 철도 민영화 정책 등에 접근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매년 17만호 임대주택 공급…LTV·DTI 완화가 가계 부채 요인"
김 내정자는 사전에 준비한 후보자 지명 소감 발표문에서 "국토는 국민의 집"이라며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전 국민의 주거 복지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저성장과 소득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세대별, 소득별로 맞춤형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매년 17만 호의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 복지에서 소외받는 계층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김 내정자는 지난 4.13 총선 선거 유세 중 월세 30~50만 원을 내는 다세대 주택에서 살며 힘들게 살아가는 할머니 유권자들을 만났던 경험을 전하며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주택 정책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기자 간담회 중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제가 국토부 장관 제안을 받고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은 지난 총선 때 선거 운동 중 들은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저한테 굉장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수입이 전혀 없이 월세 30만 원의 다세대 주택 지하에 사는 할머니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고 노인들 살 임대 주택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고 회고했다.
김 내정자는 이어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는 월세가 50만 원이고 아들이 한 달에 200만 원을 버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어 아들한테 집세를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며 "월세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하루 한 끼를 먹기도 한다고 했다. 너무 안타까워서 끌어안았는데 할머니 등에 뼈가 만져졌다"고도 전했다.
그는 "국가가 모든 국민의 삶을 다 책임져 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어려운 분들, 청년·노인 분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주거 정책에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따듯한 국토, 교통 정책을 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4년 내내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와 이 결과로 생겨난 집값 폭등,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날에도 김 내정자는 '기재위를 하며 LTV·DTI 완화 비판을 많이 했는데, 그 문제의식으로 바탕으로 국토부 장관을 할 것으로 보아도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제 생각은 그렇다"며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 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월세 상한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던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묻자, 이에 대해서는 김 내정자는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다"며 "의원 시절 가졌던 생각이 있고,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게 있다. 그런 가치와 국토부가 해온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교통 공공성 강화…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김 내정자는 교통 정책과 관련해서는 "공공성 강화"에 방점을 찍으며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도로·철도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토부 산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활동을 한 번도 하지는 않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지난 1년 일하며 전체적인 교통 정책이나 SOC 문제들은 대략적으로 살펴본 경험이 있다"면서 "이런 걸 감안해서 (내정자로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 드론 등 미래형 신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 "이것은 국토부에서도 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것은 적극 발굴하는 게 새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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