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영부인이 26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연극은 군대 내 사망사고 피해 가족들이 직접 출연하는 <이등병의 엄마>(고상만 작, 박정렬 연출)다.
이 작품을 쓴 작가이자, 1988년부터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온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정숙 여사님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찾아와 위로해주셨습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서 4명 분의 티켓 비용을 내고 '누군가' 연극 관람을 하로 오셨는데 그중 3번째 앉은 분이 유독 많이 눈물을 흘리셨는데, 나중에서야 그분이 영부인임을 알았습니다"라면서 "군 유족이 받은 '최초의 국가적 위로'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김정숙 여사님"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 18일 이 연극의 프레스콜에서 김정숙 영부인의 관람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김정숙님, 이 연극을 꼭 봐주세요!")
고상만 작가는 이날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조용히 와서 연극을 보고 조용히 나가셨다"며 "연극이 끝나고 유가족들이 그 사실을 알고 큰 위안을 받았고 감격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청와대 제2 부속실에서 연락이 오긴 했지만 사전에 잡힌 일정 등으로 관람 여부는 확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청와대에서 꼭 좀 봐야 하니 4명 분의 티켓을 끊겠다고 했다. 이미 자리가 만석이지만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 4명이 들어와서 앉았고, 그 중 세번째에 앉은 나이가 좀 든 분이 많이 우셔서 기억에 남았다. 연극이 끝난 뒤 청와대 일행은 다시 조용히 나갔는데, 그 세번째에 앉았던 분은 나가면서 더 많이 우셨다. 연극이 끝난 뒤 청와대 직원이 김정숙 여사가 관람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줬다. 3번째에 앉아서 가장 많이 우신 분이 김정숙 여사였다."
김 여사의 '조용한 관람'은 연극을 보러온 다른 관객들에 대한 배려임과 동시에 연극 관람에 지나치게 정치적 의미를 두고 해석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 작가는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유족들에게 정책적인 변화를 약속하기는 어렵다. 유족들도 영부인 관람을 원했던 건 같은 어머니 심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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